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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관해/심리학 이야기

연쇄살인범보다 더 무서운 사회 지도층 사이코패스 (펌)

꿈꿔오던 대학의 물리학과/공대에 갈 성적도 안되고, 멀리 학교를 갈 형편도 안되어...... 집에서 제일 가까운 대학 가라고 해서 간 곳이

같은 동네에 있는 의대였다. 의대가 6년제인지도 몰랐고, 인턴, 레지던트란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이부분이 오만해보여 맘에 안들었지만, 사실대로 쓰고 욕을 먹는게 마음이 편해서 그냥 둡니다. 아래 리플에 당시 상황을 조금 자세히 썼습니만, 당시에는 공대가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억지로 입학한 학교에서 한 일은 술마시고 데모하고, 동아리방에 출퇴근 하는 것 뿐이었지만, 이것도 1년이 지나니 약발이 떨어졌다. 그래서 2학년때 휴학을 하고 군대를 가기로 했다. 군대를 다녀와서 집을 나와, 돈을 벌고 내가 가고 싶은 대학을 가려고 했다.  

집에 상의도 안하고 무작정 학교를 그만두고 당분간은 노가다를 뛰며 돈을 벌었다. 집에 있기 싫어 친구들 집에 몇달 동안 얹혀 살다 이 친구들이 먼저 군에 입대하여 갈 곳이 마땅히 없어졌다. 무작정 버스를 타고 무일푼에 배낭 하나 메고 음성에 있는 꽃동네를 찾아갔다. 1992년 늦은 가을이었다.

 
3달 동안 근무하게된 꽃동네 정신병동 
사무실에 앉아 계신 분께 군대를 갈 때까지 이곳에서 일하며 살 수 있을지를 물어보았다. 입영일이 4달 가량 남아 있었다. 그 때까지 이곳에서 빌붙어 살 생각이었다. 의대를 다녔지만, 아는 것은 없고... 잘하는 건 노가다라고 했다. 어린 시절 믿는 건 힘 밖에 없고, 아파트건설, 도로공사, 싱크대설치 등등의 각종 노가다를 꽤 많이 뛰었었다.
 
남자 정신병동으로 배정되었다. ㅤ짧은 기간 봉사를 오는 사람들은 시설이 좋고 다소 감동적이기도 한 신체장애인들이 사는 곳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몇달에서 1년 이상 장기봉사를 온 사람들은 정신병동으로 배정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유를 몰랐는데 생활해 보니 이해가 되었다.
 
한 병동에 150명 가량의 정신병환자와 알콜중독 및 정신지체장애인이 수용되어있고, 이곳에 나와 같은 장기봉사자가 3명씩 배정되어 있었다. 우리들도 이곳에서 24시간 같이 먹고 사며 관리(감시)를 하는 것이었다. 매 식사시간 마다 밥을 잘 먹는지 확인을 하고, 약을 먹었는지 한명씩 확인을 하고, 싸움이 벌어지면 말리고 벌을 주기도 하고, 신체 멀정한 사람들을 데리고 개간을 하거나 건물을 지으러 일을 나가기도 하고...... 영화에서 보면 간수들이 하는 것과 비슷한 일을 했다.
 
3달 동안 그곳에 살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 꽤 여럿 있었다. 기도시간에 작은 방의 철창에 내복으로 목 매달아 자살한 아저씨도 있었고, 밥을 먹다 옆사람을 자기 아들인줄 착각하고 수저로 눈을 판 할어버지도 있었고, 세수하다 거울 속에 자신을 보고 죽이려고 거울을 주먹으로 때리다 만진창이가 된 아저씨도 있었고, 겨울에 작업 나갔다가 도망가서 산에서 얼어죽은 아저씨, 충주가서 잡아온 아저씨, 김장김치 10만 포기 담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미쳐가던 과정이다. 좁은 공간에 갇혀 대화가 되는 사람이 몇명 없는 상황, 전능적인 권력이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잔혹한 폭군이 되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아니, 당시에는 몰랐다. 당시에는 나의 폭력과 잔혹함을 당연하다고 합리화했지만, 그곳을 나와서 시간이 지날 수록 깨닫게 되었다.
 
다음에 여러 사건들에 대하여 하나씩 쓸 일이 있을테니, 오늘은 사이코패스이야기나 하려고 한다.
 
뱀의 눈,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눈빛 
15살 남자아이였는데, 병명은 모르겠지만 이곳에 몇년째 수용되어 있었다. 다른 환자들과는 달리 먹는 약이 없었고, 멀쩡해 보였다. 다른 환자들은 전국의 수많은 정신병원을 몇십년 동안 돌아다니다 막판에 버려진 곳이 이곳이다보니 병록지가 수십~수백장에 이르렀지만, 이 녀석은 기록이 별로 없었다.
 
평소에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병동의 실세인 알콜중독 쌈꾼 아저씨들이 알아서 관리/감시를 했고, 이 녀석은 이 아저씨들을 아주 무서워해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번 환자 전체를 목욕탕으로 데려가는 날이 있었다. 이 때 도주의 위험이 있어 다른 병동의 봉사자(관리자)들도 도와서 한층씩 목욕탕으로 줄을 세워 이동하고 다시 돌아오는 일인데,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계단에 앉아서 걸어내려오는 할아버지들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고 있는게 아닌가? 힘 있는 사람들은 먼저 계단을 내려가고, 뒤에서 노인들만 천천히 계단으로 내려오는 건데, 이 녀석이 뒤에 남아서 넘어트리고 있었다.
 
넘어지는 할어버지들을 보며, 행복에 겨워 미소를 지고 있었다. 이제까지 내가 살면서 본 가장 사악한 미소였다.
 
그 뒤로 이 녀석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역시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약한 사람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었다. 노인이나 정신분열이 심한 아저씨들을 때리고, 넘어트리고, 물건이나 음식을 빼았고...... 이런 곳에서 오래 살다보면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녀석은 감정이 없었다. 당연히 죄책감도 없고, 이런 행동을 하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독방에 가두는 벌(때리는 것 보다는 낫지만, 이 또한 좋은 방법은 아니란 걸 인정합니다.)을 주는 것은 이 녀석의 증오만 더 키울 뿐이었다. 나중에는 먹을 걸 많이 주고 적당히 달래고 붙어 다니며 감시를 하여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이 녀석의 병명은 무엇일까? 반사회적인격장애란 생각도 들었지만, 이후에 만나본 반사회적인격장애자들의 극단의 공격성을 본 뒤로 이쪽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중간영역에 걸치는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학대나 애정결핍이 영향일 수도 있고, 이 녀석도 불쌍한 인생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녀석의 눈빛을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끼친다. 딱 뱀의 눈을 마주 대하는 느낌이다.
 
- 어찌되었든 나는 유승준처럼 군입대 약속을 번복하고, 군입대를 몇일 남겨두고 의대에 복학하였다. 군대를 가는 것이 두려워서는 아니었다. 의사가 되어 할 수 있는 좋은 여러가지를 그곳에서 배웠기에 복학했다. -
 
직장으로간 사이코패스 
작년에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snakes in sutis)'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주변의 의사들 중에 자신의 잘못을 숨기는 것을 넘어서, 분명하게 잘못된 주관적 치료로 환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 명백한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양심적인 의사들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나서다. 특히 이런 의사들은 오희려 환자들에게 '명의', '친절한 의사'란 칭송과 함께, 나이 든 의사나 지역 유지, 병원재단이나 고위층에서는 '실력 있는 의사', '싹싹하고 겸손한 의사', '실적도 높은 유능한 의사'로 인정을 받는 것이었다.
 
학생 때 정신과에서 배우기에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의 죄책감이 없는 인간들은 전문직이나 고도화된 조직에 적응을 못한다고 배웠는데 참 이상했다. 연쇄살인범이나 정말 황당한 사기로 환자들의 등을 쳐먹는 의사와 한의사들을 보면, 분명 죄책감 같은 감정이 없는 '냉혈한'들인데, 어떻게 저 위치에 올라갈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jpg
[서문 中,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이코패스하면 살인사건, 특히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를 떠올린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이코패스들은 타인의 목숨보다는 돈이나 권력, 명성 혹은 멋진 자동차를 더 원한다. 그들은 어두운 뒷골목을 배회하는 대신 유능하고 매력적인 직장인의 가면을 쓴 채 회사와 조직으로 들어간다.
저명한 산업심리학자인 폴 바비악과 사이코패스 진단기준을 만들어낸 범죄심리학의 대가 로버트 D.헤어 교수는 오랫동안 기업과 조직 안에서의 사이코패스의 행동에 관해 연구해왔다. 그 결과 사이코패스가 가장 매력을 느끼는 곳은 고위험-고수익 구조의 조직, 특히 현대적이고 개방적이며 유연한 조직 체계를 갖춘 기업조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결과에 따름면 보통 직장인 사이코패스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인재, 더 나아가 혜성같이 나타나 위험에 처한 조직을 구원해낼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들은 동료나 선배를 제치고 거침없이 승승장구하는 엘리트 사원이거나 촉망받는 임원 후보인 경우가 많다. 프리츠의 연구논문에 의하면 "영국 최고경영자들의 인격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사이코패스의 특성과 일치"했으며, "임원 승진 대상자 중 3.5%가 사이코 패스로 드러났다.'고 한다.]
 
연쇄살인범보다 더 무서운 사회 지도층 사이코패스
뭐 책이나 이런 분야의 연구란 것들이 과장이 있기 마련이라 그대로 다 믿어서는 곤란하지만, 시사하는 점과 배울 점은 분명히 있다고 보인다.
 
나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이나 이번 군포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보면 꽃동네에서 만난 그 꼬마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잘나가는 '사이코패스'들이 더 많이 생각난다. 특히 나와 같은 직종의 의료인들, 언론에 나와서 사기치는 의료인이나 대학이나 병원에서 출세가도를 달리는 의사 중에 어렵지 않게 '사이코패스'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된다.
 
한명의 연쇄살인범이 죽인 사람보단 전문직이나 사회 고위층의 사이코패스가 저지른 악행으로 고통받고 죽음에 이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전두환 전대통령만 보아도 쉽게 알수있지 않을지...... ?!
 
태어나면서 부터 이 사람들이 사이코패스였을지도 모르지만, 살아가며 터득한 뛰어난 자기합리화(인지부조화의 극복)를 통하여 자신에 대하여 너무 관대하다보면 저렇게 변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 사회, 민족 또한 팔이 너무 안으로 굽어버리면 마찬가지가 아닐까?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이 없는 것은 점점 일본인들을 사이코패스로 만들 수도 있다는 상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점은 한국인/한민족도 자유로울 순 없다. 우리가 월남에서 저지른 만행이나 일제시대에 중국인을 학살한 사건 등에 대하여 함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다른 측면으로는 검증 자체를 거부하는 한방과 음양오행교가 존재하고, 이를 예찬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사이코패스에게는 반성과 성찰, 죄책감이 없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반성과 성찰이 없어지면 사이코패스가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민족이나 사회, 집단들도 마찬가지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 의료와 사회 한정호(im.docblog.kr), 출처 포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가능

참고 :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 본문 읽기 서비스 링크
추신 : 인간탐식자인 사이코패스는 결국엔 (자신만을 위해) 조직을 파괴하는 잔혹한 포식자들인데 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키운 것은 직장/조직에선 상사들이며, 사회/정치에서는 이들을 뽑아준 시민들이란 것을 잊으면 안된다는 말을 잊었군요. 그래서 리더의 해안과 리더쉽이 중요하고, 국민의 각성과 정치참여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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