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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 저런 마음/일상 에서,

기억 저편의 설날`

 

그때엔 그랬다,

설이 가까워 오면 처마 밑에 매달리는 갖가지 생선들

설 제사때 쓴다고 아버지가 배에서 종류별로 큼직한것만 골라서

미리 갔다가 긴 나무 꼬챙이에 꿰어서 새끼줄 양쪽에 걸어 매달아 말린다

그종류가 많아 지면 그해는 풍어 였던 거였으며,

 

설날 우리 세뱃돈도 넉넉하여 지지만 그렇게 말리던 생선이

바람에 대롱데롱 매달려 보이면 그해는 고기잡이가 시원�아

우리 새배돈은 생각 만큼 기대에 못 미친다,

 

설빔도 생선이 많으면 새로 해 입지만

그렇지 못하면 양말 한컬례다

 

그러니 처마에 달린 생선 가지수와 크기 또한 마리수에 따라

 즐거움이 함께 찻아 왔었던 것 같다,

 

쌀을미리 불려 떡국떡도 미리 빼다가

살짝 굳혀서 떡을 썰고 생선은 찌고

부침개며 시집간 언니가 설이라고

푸줏간에서 쇠고기사다가 신문지 둘둘말아서

선반위에 갔다 논 쇠고기로 떡국을 끓이고

잡채 등 온갖 과일 올려 놓고 제사 지내고 나면

설날 만큼은 딸인 나도 밥상에서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부모님께 새배 드리고 나면

아들들은 동네 친척분과 동네 어른분들께 세배드리러 가고

우리집에도 역시 동네 젊은이들 또는 문중 사람들이 세배 드리러온다,

 

오후에는 하얀 무명 두루마기를 입으신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할머니 산소에 다녀 오시는데 딸인 나는 가지 않아도 된다

추석에는 음식을 가져가기에 따라가지만

설에는 세배 드린다며 그냥 술 한병 달랑 들고 가시니

춥다고 따라 나서지 말라고 하셨다,

 

저녁이 되면 온동네 남자들이 설 명절 만큼은

거친 바다 생각을 잊어버리려 하는지 각종 농악기를 들고

힘껏 두드리며 동회 마당에서 부터 시작하여

밤을 세며 온동네를 돌고 농악패가 오면 양푼에다가 쌀을 담고

그 쌀위에 지폐를 올려 밥상에 올려 놓으면

자루를 들고 다니며 쌀과 돈을 모은다

그렇게 모은 쌀과 돈으로 동네 기금으로 쓴다 ,

 

하지만 그모습은 풍어때는 온동네가 신이나서 그렇게 하지만

흉어때는 조용히 그냥 지나간다,

 

그렇게 어촌마을은 설명절에 밤을 새며

며칠은 온동네가 흥겹다,

 

흥청거리는 이삼일이 지나면 술에 취한 사람이 하나씩 나타 나면서

지친삶으로 가슴에 쌓인 한들을 �아내는 모습이 또 눈에 띈다,

 

그땐 그 사정들을 이해 못하고

얼른 빨리 어른이 되어 이곳을 벗어 나야지 ~했다,

 

오늘같은 명절 전날은 허공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해대던

술주정 하시던 아저씨들의 그모습 마저도 그리움으로 기억해 본다  

이젠 다시는 그런날이 오지 못할 먼시간과 거리,

아니 다시돌아 간다 하더라도

이미 오래전 그때의 사람들은 많이 세상을 달리 하였고

우리 형제만 하여도 반 밖에 남지 않았으며

너무나 많은것이 변화되어, 

그때의 모습은 흔적 조차도 없어진지 오래고

그저 내 기억속에 오래된 필름 처럼 남아 있을뿐이다,

 

 

이곳 중국에서 몇번의  설을 맞으며 폭죽소리에도

잠을 청할수 있는 만큼의 내가 이곳에 중화가 되어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