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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위해 온것들/이한규의 사랑 칼럼

보고싶은 얼굴

보고 싶은 얼굴

지금 각박한 세상이라 사람들의 얼굴이 대체로 어둡습니다. 이런 때에 가장 그리운 것은 환한 얼굴입니다. 환한 얼굴은 환한 사회를 만듭니다. 생각만 해도 힘이 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얼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려지는 얼굴이 그립습니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는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는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무심코 그린 얼굴.”

며칠 전, 몽골의 임준호 선교사님 서신을 받았습니다. 서신 마지막에 이렇게 썼습니다. “혹시 저를 위한 지정 선교헌금이 답지되면 저 대신 프랑스로 떠나는 여승훈 선교사 가정을 위해 사용해주세요. 워낙 생활비가 높은 곳이니 사는 것 자체가 힘들 겁니다.” 임 선교사님의 힘든 형편을 잘 알기에 그 편지는 내게 깊은 감동을 남겼습니다.

임 선교사님은 중국 내몽골 영혼의 비참한 상태를 보고 내몽골로 들어가려고 몽골에서 이룬 성경학교 학장과 6개 교회의 감독 자리를 포기하고 독립 선교를 시작했습니다. 결국 본인이 원래 속했던 ‘미국 기독교 선교연맹’의 재정적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해 자체 선교 경비를 조달하려고 기러기 선교사가 되어 사모님은 LA에서 일하며 경비를 보태고 있고, 선교사님은 경비를 절감하려고 직접 김치까지 담그고 있는 실정입니다.

독립 선교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임 선교사님이 23살인 첫째 아들 ‘선교’에게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 했습니다. “선교야! 몰몬교도들은 젊은 시절 1-2년의 해외봉사를 당연시하는데 너도 학교 1년 휴학하고 몽골로 오지 않겠니?” 아빠의 정신적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을 아는 아들은 “그럼 진짜 선교가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조건으로 갈게요!”라고 군말 없이 따라나서 아빠의 선교사역에 동참했습니다.

그런 힘든 상황에서 자기 몫의 돈을 후배 선교사에게 보내라는 결단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 눈에는 그 모습이 어리석게 보입니다. 사랑을 모르면 희생처럼 어리석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런 어리석음이 역사의 주인공을 만들었습니다. 무명함 속에 유명함이 숨어 있고, 희생 속에 영생이 숨어 있습니다.

지금 빌딩은 높아져 가는데 사람들의 정신의 키는 낮아져 가고, 도로의 폭은 넓어지는데 사람들의 마음의 폭은 협소해지고 있습니다. 책망하는 남자는 많아지는데 책임지는 남자는 줄어들고, 미인 여자는 많아지는데 미운 여자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건축교회는 많아지고 있는데 건전교인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모든 원인이 희생의 부족 때문입니다. 그런 때이기에 어리석은 선교사님의 얼굴이 더욱 보고 싶습니다.

보고 싶은 얼굴, 생각만 해도 힘나는 얼굴이 되십시오. 예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예쁜 얼굴은 영혼에 힘을 주지 못합니다. 얼굴이 예쁘지 않아도 얼이 예쁜 분들이 되십시오. 희생과 헌신으로 단장해 얼이 예뻐지면 얼굴도 예뻐집니다. (070208)

ⓒ 글 : 이한규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