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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보물을 생각하며/아들에게

아들 꼭 읽어봐라~

아들아, 넌 부자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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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 | 2006/10/11 (수)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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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17살짜리 아들이 일류 재정가인 자신의 아버지에게 하는 부탁을, 저자는 흥미 있고 교육적인 대화를 통해, 재정, 경제, 기업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전수하고 있다. 특히 그는 경제와 젊은이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견해를 제안한다

세계 무역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WTO(세계무역기구)가 주도하는 다자간 무역 협상이 주춤거리는 사이에 개별 국가간 또는 지역간의 자유무역을 실현하기 위한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또 인터넷의 확산은 무역 거래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 이런 변화는 무역 의존도가 70퍼센트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교역액 5천460억 달러로 세계 10위의 무역 강국- 로서는 엄청난 기회이자 도전일 수밖에 없다. 한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 무역 환경의 변화는 국가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데, 국가간의 교역 규모가 늘어나고 무역 업무가 간소화됨에 따라 그만큼 무역 창업의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즉 무역이 소수의 전문가에 의해 주도되던 시대는 지나가고 무역 대중화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아들아, 넌 부자가 될 거야
마르크 피오렌티노 지음 / 김성희 옮김
영진닷컴 / 2006년 1월 / 214쪽 / 9,500원


▣ 저자  마르크 피오렌티노(Marc Fiorentino)
금융시장 전문가이자 투자은행가. 프랑스 라디오 경제 전문 채널 BFM의 논설위원이기도 하다. 자신의 개인 증권사를 차리기에 앞서 미국계 투자은행에서 15년 이상 경력을 쌓은 바 있다. 그의 글에는 금융과 경제, 기업에 대한 열정이 잘 드러나 있다.

▣ 역자  김성희
1971년 부산 출생. 부산대학교 불어교육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Elle, Marie Claire, 25 ans, Neighbor 등의 프랑스 잡지와 『바다는 왜 파란색일까』, 『빅뱅을 믿어야 할까』, 『우리는 어떻게 꿈을 꿀까』, 『복제의 부도덕성 논란에 대해』(이상 근간) 등의 책을 번역했으며, 개인 문집으로 『빨간약 사용설명서』를 펴내기도 했다.

▣ Short Summary
“아빠! 전 부자가 되고 싶어요. 아빠가 좀 가르쳐주세요!”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시험에 합격한 열일곱살 짜리 아들의 이와 같은 폭탄선언에 세계적인 금융가인 아버지는 순간 고민하게 된다. 행복찾기에 앞서 먼저 부자가 되고야 말겠다는 아들의 확고한 의지를 꺾는 것이 불가능함을 안 아버지는, 부자가 되고 싶은 아들의 간청에 따라 급기야 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부자 되는 방법을 분석하고, 전략을 짜게 된다. 아버지는 첫 단계로 아들이 50세까지 2,500만 유로를 모으는 방법을 부자 되는 목표로 제시하게 되고, 부자가 되기 위한 수많은 방법들을 한 가지씩 모색해나가는 재미있고도 유익한 과정을 담고 있다.

마르크 피오렌티노의 『아들아, 넌 부자가 될 거야』는 아버지와 아들의 세대차이를 뛰어넘은 대화 형식을 통해 부자가 되는 실질적인 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아버지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장소를 달리하며 진행되는 부자공부는 아들에게 매우 직접적이고 힘 있게 전달되며, ‘부자에의 왕도’를 그대로 전수하는데 박진감을 느끼게 해준다. 간결하고 힘 있게 전개되는 텍스트에는 유머가 가득하며, 간간히 맛깔스러운 일화가 등장해 경제 개념 및 원리를 보다 잘 이해하고 적용하기 쉽게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은 우리에게 경제와 젊은이들의 장래에 관해 곰곰이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가 되는 자료와 함께 키포인트를 짚어주며, 세계경제의 큰 흐름을 염두에 두어 어느 길로 가야 할지를 보여준다. 또한, 앞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하게 될 미래의 경영자들에게 끊임없는 공부의 중요성을 말해주며, 부자가 된 사람들에게서 보여진 집중과 노동, 빈틈없는 일처리, 자신만의 노하우, 비전 등 성공에 필요한 특징들뿐만 아니라, 개인의 쓰라린 실패경험을 통해 얻은 값진 교훈들과, 경영자로서 필요한 좋은 학위, 노동, 열정, 감각의 필요성 등을 친절하게 일러주고 있다. 이 책은, 재미로 보는 경제콩트를 넘어 미래 세계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아들딸들을 위한 실용서로서 매우 유익할 것이다.  

▣ 차례
1. 폭탄선언
2. 그런데 돈이 얼마나 있어야 부자인 거지?
3. 돈을 벌려면 어느 길로 가야 할까?
4. 연예인을 꿈꿔볼 걸 그랬나
5. 막간 이야기
6. 세계의 샐러리맨
7. 돌처럼 진득하게
8. 공부, 해? 말어?
9. 어느 나라에서 일할까?
10. 기업가 되기
11. 시대의 바람
12. 이제야 말이 통하네!
13. 부자의 왕도

아들아, 넌 부자가 될 거야
마르크 피오렌티노 지음 / 김성희 옮김
영진닷컴 / 2006년 1월 / 214쪽 / 9,500원

폭탄선언

금요일 오후 5시
“여보세요, 아빠?” “그래, 어떻게 됐어? 붙었냐?” “네! 붙었어요.” “대단하네! 잘했다! 정말 자랑스럽구나, 우리 아들.” “뭘요. 임무완료, 되겠습니다! 아빠, 아빤 제가 바칼로레아(프랑스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 땄으면 하셨잖아요. 이제 땄으니까 얘기할 때가 된 것 같네요. 아주 중요한 거예요. 월요일 오후에 말씀드릴게요. 지금은 친구들이랑 여행 가려구요. 월요일에 아빠 사무실로 갈게요!”

‘뭘 알리겠다는 거지? 왜 그렇게 달아나듯 전화를 끊어버린 거야?’ 나는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애들 엄마한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사랑하는 아들이 시험에 붙은 게 너무나 기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월요일 오후 5시
“들어가도 돼요?” 오후 다섯 시라니! 제 애비를 사흘 씩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이제 와서 들어가도 되냐고 묻고 있네, 저 녀석이! “들어와, 뤽! 잘 놀다 왔니?” “아빠는요? 주말 잘 보내셨어요? 들어오면서 보니까 트레이딩 룸 책임자가 바뀌었네요. 가무잡잡한 피부에 몸도 좋고 꼭 미국 사람 같던데.” “모건 스탠리 런던 지점에서 스카웃해 왔어. 자그마한 우리 투자은행에서 파리 금융시장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러겠다더라고.” “자그마한? 작은가? 그래도 250명 가까이 되는 사람이 아빠 밑에서 일하잖아요. 밤낮 없이 주말까지도!” ‘아, 직원을 노예처럼 부리는 고용주 아버지다, 이 말이지? 그래그래, 이제 네 얘기를 해야지.’

“그래도 보잘것없는걸. 그런데, 나한테 고백하겠다던 중요한 게 뭔데 그래? 누굴 죽이기라도 했어?” “그런 게 아니구요. 제 장래에 대해 중요한 결정을 했거든요. 제가 이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빠밖에 없어요. 아빠, 전 부자가 되고 싶어요.” “뭐라구?” “부자가 되고 싶다구요. 아빠가 제게 부자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너도 알잖아,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라는 거.” “지금 저 놀리세요? 저-는-부-자-가-되-고-싶-어-요-. 부-자-. 그-게-다-라-고-요-. 사람들의 가치판단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사람은 부자가 된 다음 청렴해질 수도 있고, 부자가 된 다음 남을 위한 일을 할 수도 있고, 부자가 된 다음 행복해질 수도 있어요….”

“그래그래. 좀 있어 봐! 부자. 오케이! 그러면 조금은 생각을 해둔 거지?” “아뇨, 제로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아빠랑 같이. 결정하기까지 시간은 두 달, 일주일에 과제 하나씩 풀기. 언제 시작할까요?” “보자, 매주 수요일 아침 아홉 시부터 오후 한 시까지가 좋겠구나. 모레부터 시작하면 되겠고. 부자라는 말에 액수를 매겨놓고 네 목표를 정해야겠다. 네가 지금 열일곱이지? 몇 살쯤에 네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글쎄요. 아빠 나이 정도?” “인정. 그러면 쉰으로 하지 뭐. 그럼, 우리 아들 공부 좀 시켜볼까?”

그런데 돈이 얼마나 있어야 부자인 거지?

나는 우리의 첫 번째 수업을 준비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참! 돈이 얼마나 있어야 부자인 거지? 1번 타자는 어머니. “글쎄다. 1억 프랑.” 어머니가 생각하는 부자는 15만 유로를 가진 사람이다. 휴대폰이 울린다. 다니엘이다. 나랑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 HEC(Hautes Etudes Commerciales; 고등상업학교로 상경계 그랑제콜에 해당. 프랑스에서 일반 대학은 바칼로레아에만 합격하면 들어갈 수 있지만, 엘리트 양성 교육기관인 특수대학 그랑제콜에 들어가려면 별도의 입학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에서 같이 공부했다. 화려한 경력을 거쳐 나이 오십에 모건 스탠리 주주가 되었다. “2억 유로는 있어야 ‘빠가’ 소리 안 듣지. 잘 있어라.” 짧고 굵네. 어머니는 15만 유로. 다니엘은 아무리 없어도 2억 유로. 그러고 보니 프랑스에는 중요한 숫자가 하나 있다. 만약 당신의 재산이 72만 유로가 넘으면 세무서는 당신을 당장 부자의 범주에 넣는다. 범위를 다시 잡아야겠군. 72만 유로부터 2억 유로.

2004년 9월 르 피가로에서 TNS-Sofres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견했다. 부자란 한 달에 8,600유로 이상을 벌거나 재산이 150만 유로 이상인 사람이라는 결론이 나왔단다. 150만 유로에서 2억 유로. 점점 틀이 잡히는 것 같지? 저녁 시간으로 접어들 무렵 BFM 아침 방송의 스타 아나운서 파브리스 룅디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친구에게 전화하길 잘했네. 2003년 7월 샬랑쥬에 실린 기사를 찾아냈다. 1위 로레알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 140억 유로. 500위 띠뙤프(Titeuf;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출판한 글레나 집안 2,500만 유로. 그렇다면 얼마로 하지? 이제 결정을 해야 되는데. 글레나 출판사. 띠뙤프, 바로 이거야. 아이들이 띠뙤프 좋아하잖아. 뤽도 좋아하고 나도 그렇고…. 그럼 2,500만 유로로 해? 그래, 이걸 목표로 하면 되겠어. 아무튼 부자는 2,500만 유로를 가지고 있는 사람. 중요한 문제를 해결했으니 첫 번째 수업 준비는 거의 다 된 셈이다. 이제 어디에서 수업을 할 지 정하면 된다. 나는 주제에 따라 다른 장소에서 수업을 할 생각이다. 내일은 차를 타고 가면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돈을 벌려면 어느 길로 가야 할까?’를 주제로 정했으니까.

돈을 벌려면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아빠, 벌써 시작하신 눈친데요.” “그랬지. 목표를 정했어. 2,500만 유로. 네가 말한 대로 쉰 살까지.  부자가 되는 데는 방법이 수백 가지가 있어. 네가 알고 있는 대부호는 누가 있니?” “아, 부자 순위에 항상 1위로 나오는 할머니요.” “오케이, 릴리안 베탕쿠르 얘기구나. 140억 유로를 가진 프랑스 최고 갑부. 그 아버지 으젠 슈엘레르가 돈 버는 기계를 만들었잖니, 로레알 말이야. 또 그런 부자들이 누가 있지?” “운동선수는 어때요? 축구선수들 잘 벌잖아요. 제가 제2의 지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지. 게다가 넌 내 유전자를 물려받았거든.” “됐어요. 장관은 어때요? 대통령은?” “정치인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어.”

“그럼 대기업 사장은 어때요? 토탈이나 미셸린 타이어처럼 큰 걸루요.” “괜찮지. 좋은 분야의 좋은 기업에서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어.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야. 특히 프랑스에서는. 또 다른 사람은?” “아빠 친구, 지난번에 우리 집에 저녁 드시러 오신 마이클 아저씨요. 한 시간에 전화가 40통은 오더라구요.” “마이클은 유럽 헤지펀드계의 큰손 중의 한 명이지.” “헤지 뭐요?” “헤지펀드. 일종의 투기성 자금이야. 내가 요즘 상장 소기업들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도 조금 비슷한 거긴 한데, 마이클은 국제적인 규모로 사업을 하지. 하루는 석유에 투자했다가 그 다음날엔 중국에 투자하고, 그 다음 주엔 러시아부동산에 투자하는 식으로. 아주 짧은 시간에 많이 벌수도 있지만, 단 몇 분 만에 폭삭 망할 수도 있단다. 뤽, 그건 도박이 아니야. 힘든 작업과 빈틈없는 일처리가 필요한 직업이지.” “좋아요.”

“생각나는 부자 더 없니?” “텔레비전에 늘 나오는 얘기 있잖아요. 빌린 돈으로 산 아파트를 세놓아서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돈 버는 꼴통들이 있다고 그러던데.” “부동산 투자를 말하나보구나. 부동산 투자는 흥미로운 방법이야. 네가 말하는 것처럼 꼴통 수법은 아니지.” 나는 나도 모르게 파리 외곽순환도로를 탔고, 뱅센에 있는 내 모교 엑토르 베를리오즈 고등학교에 거의 다 가 있었다.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백만장자의 삶을 꿈꾸던 바로 그곳이다. 저기 가서 조용히 얘기를 해보자. 그러니까 부 창출 절차에 대해 말이지. “요즘에는 국고 채권으로 돈을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지.” “그게 뭔데요?” “나라에서 발행하는 채권. 예를 들어 액수가 Ⅹ인 돈을 33년간 만기에 연 5퍼센트 복리로 투자할 수 있다고 쳐. 그럼 지금 너한테는 500만 유로만 있으면 충분해. 첫째, 돈이 돈을 번다. 이 사실을 늘 염두에 두도록 해. 500만 유로가 있으면 잠만 자면서도 2,500만 유로를 갖게 된다는 거. 그 다음 둘째는 돈도 결국은 숫자라는 것. 이자로 부자가 되는 건 숫자를 잘 굴린 결과거든.” “셋째는요?” “셋째는 아낄 줄 모르는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

“알겠어요. 다른 건요?” “33년 후에 저절로 2,500만 유로가 굴러들어오게 하려면 지금 500만 유로가 있어야 한다는 건 벌써 얘기했구.” “그 돈은 없다니까요.” “그럼 다른 방법은 무에서 시작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거야. 기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회사를 하나 차리는 거지.” “오케이, 알았어요. 그럼 길 하나는 이미 찾은 거네요. 33년 후에 총매출 4,000만에 2,500만의 수익을 올릴 기업을 차리는 것. 머리가 벌써 아프네. 액수들이며 순마진, 수익, 퍼센티지, 복리이자… 다른 방법은 없어요?” “고소득이 있으면 되지.” “달리 말한다면요?” “2,500만 유로를 33으로 나눈 액수, 그러니까 일 년에 평균 75만 7,000유로를 벌게 해줄 일자리를 찾는 것. 세금이랑 사회보장 부담금은 빼고.”

“프랑스 한 달 최저임금이 1154.27유로, 프랑스 한 달 평균 봉급이 정확히 1382유로, 평균 사회보장 부담금이 17.8퍼센트, 고소득에 대한 과세율이 50퍼센트 이상… 그 방법은 좀 힘들겠는데요.” “그걸 어떻게 다 알고 있니?” “전에 경제시험 망친 적이 있거든요. 몽땅 다시 공부한 덕분에 외웠죠.” “그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할 건 아냐. 이자가 만들어지는 걸 빼먹으면 안 되지. 그리고 네가 꼭 프랑스에 있어야 할 필요도 없고. 소득에 대한 세금에 프랑스보다 너그러운 나라들도 있거든.” “근데 어떤 직업으로 그만큼 돈을 벌 수 있어요?” “설명을 하자면 좀 길 것 같은데. 게다가 지금 우리 팀이 전략 위원회 때문에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말이지. 그 문제는 다음 수업으로 미루자꾸나. 다음주 수요일 아홉 시에. 테른 프낙 있지? 거기 DVD랑 CD파는 코너.”

연예인을 꿈꿔볼 걸 그랬나

“아빠, 죄송. 10분 지각했어요.” “지각은 나쁜 습관이야. 제시간에 도착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앞서지 못한 사람은 결국 늦은 거거든.” “바캉스 갈 때마다 아빠 덕분에 비행기 출발 시각보다 세 시간씩이나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 우리 식구들처럼 말예요. 아니 뭐, 사부님한테 대들겠다는 건 아니에요. 지난번에 고소득이 있으면 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말씀하셨는데 이제 설명해주세요.” “너, 배우는 어떠냐?” “농담이시죠? 초등학교 때 연극을 못 하게 한 건 아빠라구요. 계집애들이나 하는 거라고 하셨으면서.” “또 그 옛날 얘기! 그렇더라도 배우는 부자가 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야. 아마 2년이면 네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걸. 르 푸앵에서 낸 영화 정보지를 본 적이 있는 데 놀랍더구나. 제라르 드파르디유는…” “<아스테릭스>의 오벨릭스? 자기 아들이랑 공개적으로 서로 험담을 해대던 그 뚱뚱한 아저씨?” “그런 걸 떠나서 영화 한 편에 200만 유로를 버는 배우지. 그리고 오드리 토투는 <다빈치 코드>에도 나올 거라던데 편당 100만 유로를 번다는구나. 장 자크 아노 감독은 <투 브라더스>로 300만 유로를 벌었대.” “젠장, 많이도 버네. 그쪽으로는 안 끌리는데요. 게다가 전 재능도 없는걸요. 제작자가 되려면 돈이 있어야 하구요. 다른 얘기로 넘어가요.”

“그래, 네 말이 맞다. 게다가 재능이 많든 적든 스타의 꿈을 안고 최저생계수단만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니까. 좋아 여기까지 하자. CD 두세 장 사면 시간 딱 맞겠다.” “CD를 사요? 정말 아빠 세대다운 일이네요. 노래 제목만 알려주세요.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해드릴게요.”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을 텐데? 남의 재능을 훔치는 일에 난 동참하지 않을란다.” “구식이라니깐.” “도둑질이야. 근데 합의 좀 볼 수 있을까?” “뭘요?” “널 열한 살짜리 어린애처럼 다루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동의하마. 근데 어른 대접을 받고 싶다면 나한테 네 친구에게 하듯 말하는 것도 그만둬야지. 내 나이가 쉰이다. 네 아빠고. 그리고 지금은 네 선생님이기도 하잖니. 그러니까 좀 존중해주면 고맙겠구나. ‘스타 아카데미’ 보니까 네 또래들도 선생님께 공손하게 말 잘 하더구먼.” “알겠어요. 근데 전 ‘스타 아카데미’ 싫어하는데.”

세계의 샐러리맨

“그럼, 앞 시간에 했던 얘길 요약해볼까? 가수는 탈락. 배우도 탈락. 그러니까 연예계 쪽은 다 탈락이구나. 그럼 샐러리맨?” “샐러리맨으로서 어떻게 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지 설명해 주세요. 자기 회사 돈 몽땅 빼돌리는 것 빼고요.” “네 계획은 두 가지로 잡을 수 있어. 한 가지는 언젠가 CEO, 그러니까 최고경영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 다른 한 가지는 네가 나중에 주주가 될 만한 회사에서 일하는 것.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이를테면 CAC(Compagnie des Agents de Change; 증권거래협회) 40에 드는 기업을 들 수 있겠지. 그게 무슨 말인지 아니?” “프랑스에서 제일 잘 나가는 회사 40곳의 주가지수 말하는 거잖아요. 엄마가 툭하면 ‘오늘 저녁엔 아빠 심기 건드리지 마. CAC가 2퍼센트 떨어졌으니까’라고 말씀하시는 거 모르세요?”

“덕분에 배운 것도 있잖니. CAC 40 사장들이 2003년에 받은 평균 봉급이 200만 유로야. 1위는 로레알 사장. 로레알은 상장 기업 최고의 스타야. 아무튼 로레알 사장이 650만 유로. 바로 그 다음은 미셸린 사장 에두아르 미셸린, 400만 유로 좀 넘게 벌었지.” “좋아요. 우리 여기까지만 해요. 저 로레알 사장 될래요. 일년에 600만 유로면 세금 내고도 대충 300만 유로는 남잖아요.” “그렇지.” “그럼 8년이면 제 목표에 도달하겠네요. 게다가 세계 곳곳의 모델들도 만나고. 중국 여배우 공리랑 결혼해야지. 왜냐하면 ‘전 소중하니까요.’ 아니면 아이쉬와라 라이도 괜찮겠다! 미스 월드 출신 인도 여배우 아시죠?” “됐다. 너하고 얘기하다보면 꼭 한 번씩은 삼천포로 빠진다니까. 물론 로레알 CEO가 할 만한 일이긴 하지.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는 게 늘 문제지.” “프랑스 말고 다른 나라는 어때요?”

“미국의 경우에는 액수가 엄청나게 커지지. 미국 500대 그룹 사장들 평균 수입이 800만 달러거든. 콜게이트 사장 팜올리브가 1억 4,100만 달러로 판을 쓸었고, 그 다음으로 애플 사장 스티브 잡스가 7,500만 달러를 벌었어. 봉급만 그만큼이라는 게 아니라 보너스랑 스탁옵션도 포함해서.” “근데 미국에서는 사장이 모두 미국인이라던데요. 저한테는 어렵겠어요. 다른 나라는요?” “영국도 제법 괜찮아. 100대 대기업 사장들 평균 수입이 100만 유로는 되니까. 독일을 보자면, 그 나라 두 번째 고소득자 다임러 크라이슬러 사장이 1,180만 유로를 벌었다지.” “게다가 타보고 싶은 벤츠는 다 타볼 수 있겠네요.” “그 말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1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닛산 사장 카를로스 곤 말고는 다른 사장들은 수입이 훨씬 적다는구나.” “오케이. 대기업 CEO도 직업 후보에 올릴래요. 로레알을 겨냥해서.” “야망이 좋은 원동력이긴 하다만 겸손하지 못한 건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단다.” “꿈은 꿔볼 수 있는거죠 뭐. 근데 아까 샐러리맨 되는 방법이 또 한 가지 있다고 하셨는데.”

“그래. 분야가 아주 특수한 회사에 들어가서 파트너가 되는 걸 목표로 일하는 거야. 주로 영미권 회사 쪽으로 금융이나 컨설팅, 감사, 법률 관련 회사에서 주주로 일하는 것 말이다.” “그거 괜찮다! 아빠 단짝들 대부분이 그런 일을 하고 계시지 않나요?” “맞아, 걔들은 HEC 마치고 큰 감사 업체나 큰 은행에서 일했어. 그러다가 어떤 애들은 MBA를 하러 갔고, 미국 경영학석사 과정 알지? 그렇지 않은 다른 애들은 미국 하우스에 들어갔단다.” “하우스요?“ ”금융이나 컨설팅 분야에서는 미국계 회사를 그렇게 부를 때가 많아. 금융 쪽으로 해볼까? 골드만 삭스나 모건 스탠리, 메릴 린치 같은 미국계 회사에 들어가는 거야. 증권 쪽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투자은행 쪽에서 시작할 수도 있는데, 네가 일을 잘해낸다면, 또 열심히 한다면, 그리고 펀드에 투자를 한다면, 연봉 25만 유로는 금방 벌 수 있어. 네가 계속 잘 해나간다면 서른다섯쯤에는 파트너가 될 수 있어. 그렇게 되면 잭팟이 터지는 거야. 봉급에 보너스에 회사 이윤에 대한 네 몫까지.”

“파리에서 그런 일을 찾을 수 있어요?” “거의 없어. 런던과 뉴욕에 많아. 아시아의 스위스라는 싱가포르에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 나더러 추천을 하라면 당연히 런던이야. 증권계는 격심한 위기를 겪기 마련인데, 런던은 그런 건 다 지나갔거든. 게다가 세금 면에서도 아주 유리하고. 지금까지 얘기한건 금융 쪽이고, 맥킨지나 보스턴 컨설팅 그룹처럼 기업 전략 컨설팅 회사에 들어간 친구들도 있어.” “저한테는 정말 다 멋지게 들려요! 로레알 CEO, 런던의 골든 보이, 골드만 삭스 투자은행가, 맥킨지의 스타 컨설턴트이자 파트너… 와!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네. 모두가 날 원하네요!”

“이제 무슨 공부를 해야 되는지 알고 싶어요.” “아이고, 그 질문 나올까봐 불안했는데.” “왜요?” “이제 막 바칼로레아를 뛰어난 성적으로 합격한 아들을 둔 아버지는 아들이 훌륭한 공부를 하게끔 설득하고, 그 공부가 일반적인 성공과 특히 금전적인 성공을 가져다주는 열쇠 중 하나라는 것을 확신시킬 의무가 있으니까.” “그게 아빠가 생각하고 계신 거 아니었어요? 아빠 생각을 알고 싶어요. 아주 솔직하게.” “좋아. 잔인한 녀석, 약점을 찌르다니, 그럼 다음번 수업 장소는 바로 정해졌다. HEC 캠퍼스.”

공부, 해? 말어?

“우와! 여기 완전 천국이네요! 아빠 정말 잘 놀았겠다! 클럽메드가 따로 없네.” “넘겨짚지 마라. 우린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특히 루이르그랑 시절에 많이 배웠지. 너도 HEC에 들어갔으면 참 좋겠어. 이공계 쪽도 괜찮고.” “그게 질문이 아닌데. 제 질문은요. 부자가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가, 이거였어요.” “아주 솔직하게 시인하자면 공부는 부자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야.” “만세! 그럼 공부 그만하고 일 시작하면 되겠네요! 가르쳐줘서 고마워요, 아빠!” “저런! 내가 말한 건 그게 아닌데. 좀 진정해봐라. 그러나 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당장 부자가 되고 싶다 하더라도 말이지.” “아니 왜요? 필요한 것도 충분한 것도 아니라면서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첫째, 미안한 얘기지만 네 계획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럴 경우 네가 공부를 해놓았다면 그게 안전그물이 되어줄 거야. 둘째, 더 중요한 건데, 공부는 너한테 인격적인 성숙과 지식, 유익한 만남을 가져다준다는 것. 공부란 유로나 달러를 많이 가진 부자가 되는 데는 쓸모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인생의 질이라는 면과 시야의 폭이라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부자가 되도록 해 주는 거야.” “설득력이 별로 없는데….”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일을 하다보면, 특히 목표에 도달하려고 네 자신을 채근해가며 일을 하다보면 기력이 달리게 되어 있어. 기업가의 수명에서 일 년은 2년으로 치거든. 특히 프랑스에서는 말야. 금융시장에서는 일 년이 3년에 맞먹고. 마흔이면 트레이딩 룸에서는 늙은이 축에 끼지. 샐러리맨이 쉰 살이 되면 퇴직 대기자에 들어가고. 예순에도 계속 회사일을 하고 있다면 그건 통계적으로 볼 때 기적이라고 봐야지. 공부를 하면서 보낸 시간은 네가 그런 긴 마라톤을 끝까지 뛸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힘이 된단다.”

“에구, 그럼 공부해야겠네요. 그런데 무슨 공부를 하죠?” “거기서부터는 문제가 쉬워. 신문이나 잡지에서 수많은 자료를 정기적으로 정리해주니까. 카피탈(Capital, 프랑스 경제 전문지) 2004년 5월호를 보니까 가장 인기 있는 학위 150개의 순위표가 나와 있더라. 상경계 그랑제콜, 이공계 그랑제콜, 일반 대학, 전문학교 등등.” “150가지! 많기도 해라.” “그렇지,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선택은 간단해. 관심이 있는 공부를 하되, 그 계열에서 상위권에 드는 거야. 만약 그랑제콜 준비반에 들어간다고 치면 제일 좋은 준비반에 들어가는 거고, 상경계 쪽 공부를 한다면 상경계 에콜 중에서 제일 좋은 곳에 들어가는 거고. 일반 대학에 가도 되지만 그 경우에는 괜찮은 DESS(고등전문 학위 과정) 하나는 해야지. 이공계 쪽 공부도 마찬가지야.”

“성공이 확실히 보장되는 진학 코스는 없나요?” “보통 루이르그랑에서 그랑제콜 준비반을 한 다음 에콜 폴리테크니크나 에콜 상트랄에 들어가는 거라고들 해.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 MBA를 더 하면 좋고. 그러면 실패로 망할 확률이 낮고 최고 사윗감 대접을 받는다더구나.” “그 정도는 해야 되는군요. 상당하네.” “아무리 공부하는 게 싫더라도 너처럼 공부를 잘할 능력이 있는데 공부라는 기회를 최대한 멀리 밀어내기만 하고 활용하지 않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야.” “알았어요. ‘공부한다’가 이겼어요. 절 설득하는 데 거의 성공하셨어요.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갈까요?” “누가 선생인지 원…. 공부할 곳?” “아뇨, 일할 곳이요.” “그 주제는 할 얘기가 많아서 다음 주에 하는 게 좋겠다. 하던 대로 수요일 아침 아홉 시.” “어디서 봐요?” “화요일 저녁에 문자 보내마.” “문자로! 히야, 변하셨네, 우리 아빠, 조만간 인터넷 카페도 만드시겠다.” “또, 또. 늙은 애비를 가지고 놀아라.”

어느 나라에서 일할까?

“올 여름에도 윈드서핑할 거니? 네가 서핑할 장소를 고를 때 어떤 게 첫 번째 선택 기준이 되지?” “물론 바람이죠. 바람이 좋은 장소를 골라요. 풍력이 적어도 5는 되는 곳. 안 그러면 앞으로 나가질 않거든요.” “근데 바람이 6이나 7로 불 땐 서핑하러 안 나가는 것 같던데.” “그럼요. 자세를 잡고 서자마자 바람 때문에 순식간에 넘어져버려요.” “내가 네 말을 잘 이해한 거라면 장소를 선택하는 데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는 얘기구나. 바람의 세기와 바람의 변화. 일에서도 비슷하단다. 성장률과 성장 전망이 첫 번째 선택 기준이 돼야 해.”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간단해. 성장하지 않는 나라는 바람이 없는 장소와 같다는 말이야. 일 년에 3~4퍼센트씩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나라, 그런 나라가 풍력이 5가 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 바람이 널 도와주는 곳 말이다. 너의 좋은 기술도 필요하지만 일단 바람을 받는 게 필요하니까.” “그 바람이 9가 되면 올림픽 챔피언이 아닌 한 튕겨 나가는 거고 말이죠?”

“그래, 바로 그 얘기야! 8~10퍼센트씩 대단한 속도로 성장하고 그 힘을 네가 받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 하지만 그땐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는 거야. 그리고 네가 어떤 프로젝트를 5퍼센트 성장률에서 시작해서 한창 물이 오르고 있는데 갑자기 성장률이 영으로 뚝 떨어진다면 어떻겠냐? 난감하겠지. 즉,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을 알고 있으라는 거야. 그쪽으로 유명한 걸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가 2003년에 내놓은 보고서가 하나 있지. 2050년 세계 경제 순위를 매긴 거. 브릭스BRICS가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거라고 공표했거든. 그러니까 네 공부가 끝나갈 때쯤 되면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성장해갈지 전망을 분석해야 한다는 얘기야. 그리고 그 중 단기 전망을 근거로 네가 어느 나라로 갈지를 결정해야 하는 거겠지.” “전 공부 마치고 나면 제가 노력한 만큼 최대한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갈래요. 적어도 마흔 살까지는, 삶의 질과 관련된 모든 것은 그 다음에 봐가면서 생각할 거예요.” “그럼 15년은 바짝 뛰겠다, 이 얘기네. 네가 스물다섯에 공부를 마친다고 보면. 그리고 쉰 살이 될 때까지 10년은 조정을 해 가면서 부자의 꿈을 완성한다는 거냐?” “바로 그거죠.”

“그렇다면 장소 선택 문제는 간단해지지. 얼마 전에 포브스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세금고통지수 올해 순위가 나왔거든. 조세압력이라고 해도 되고. 계산 방법은 간단해. 47개 나라에 대해서 기업세, 소득세, 사업주 사회보장 부담금, 근로자 사회보장 부담금, 재산세(프랑스의 경우 연대재산세), 부가가치세의 비율을 더하는 거야. 이 지수가 높을수록 네가 일을 해서 남길 수 있는 돈은 적어진다고 보면 되지.” “그럼 세금고통지수가 낮은 쪽으로 봐서 성적이 좋은 나라는 어디에요?” “홍콩, 키프로스, 인도. 미국은 10윈데 부시 대통령의 감세 정책 때문에 2006년에는 8위로 올라갈 거다. 그리고 러시아는 샐러리맨의 천국이야. 독신인 경우 10만 유로를 번다면 세금만 빼고 8만 7,000유로를 집에 가져갈 수 있거든. 기록이지. 아랍에미리트연합은 더 천국이지. 사회보장부담금 5퍼센트가 전부야. 세금은 제로.” “그러니까 나라를 선택하려면 성장률과 성장 전망, 세금을 따져야겠군요.?” “아무리 그래도 기분좋게 일할 수 있는 나라와 네가 선택한 일에 맞는 나라를 고를 필요는 있어. 중국은 권하지 않으마. 너한테는 안 맞아. 널 나가떨어지게 만들걸. 이상, 여기까지. 다음 주에는 부자가 되는 다른 길을 공략할 거야. 기업가가 되는 것!” “좋아요. 우리 진도도 꽤 나가지 않았어요?”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단다, 아들아.” “그럼 다음번엔 어디서 해요?” “사무실에서. 너에게 가르쳐줄 기업가들 얘기를 하려면 내가 모아둔 자료들이 필요하거든.” “최고예요!” “당연하지!”

기업가 되기 

“너한테 기업가란 뭐지?” “회사를 세우거나 사는 사람.” “난 많은 사람이 기업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고 하겠다는 용기가 있으면. 상당한 책임이 따르는 일이긴 하지.” “그럼 전 제 회사를 차리려고 해요. 33년 후에 2,500만 유로짜리가 될 것으로. 그럼 뭐부터 시작해야 하게요?” “우선 공부를 해야지. 프랑스에서 얼마동안, 외국에서 얼마 동안. 여행도 좀 하고, 그 다음에 아이디어와 나라를 고르는 거야.” “회사 차리는 건 힘들어요?”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는 않아. 현재 프랑스에서는 1유로만 있어도 차릴 수 있는걸. 액수는 네 아이디어에 달려 있다고 봐야지.” “아이디어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그걸 찾는 건 네가 할 일이야. 네가 좋아하는 게 있다면 그것에 관계되는 분야의 회사를 차리는 것. 아주 힘든 순간에도 일을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니까. 또, 기업을 한다는 건 어느 정도는 꿈을 꾸는 거라고 할 수 있어. 발전을 꿈꾸고 창조를 꿈꾸고 혁신을 꿈꾸고 무언가에서 꿈을 꾸는 거지. 그러니까 테니스 라켓 줄, 인터넷 검색엔진, 비디오 게임, 투자은행에서 세계 넘버원이 되기를 꿈꾸는 거.”

“근데 제가 천재라거나 발명에 재주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는데요.” “내 잘못이다. 네가 방향을 잘못 잡게 할 얘기만 해줬구나. 마이클 델이 컴퓨터 통신판매에서 리더가 될 때 컴퓨터를 발명한 것도, 통신판매를 만든 것도 아니었잖아. 새로운 시작에는 이미 있는 것을 더 좋게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는 뜻이야. 그런 의미에서 ‘시대의 바람’을 타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를 찾는 한 가지 방법이지.” “시대의 바람?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할 얘기가 많은 주젠데. 다음 수업 시간으로 넘기자. 사무실에서 보기로 하고. 여기 있는 자료들이 필요하니까.”

시대의 바람

“아빠, 저 왔어요! 시대의 바람이라, 그건 어디에 쓰이는 개념인가요?” “시대의 바람이란 사회의 움직임을 바꾸는 주요한 흐름을 말하는 거지. 그걸 알려면 언론보도를 보고 듣고 읽는 게 중요해.” “어떤 거요? 경제, 금융 쪽? 그런 건 따분한데. 좀 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시면 안 될까요?” “기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아낼 때 너한테는 몇 가지 선택권이 있어. 하나는 네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직접 아이디어를 내는 거야. 또 한 가지는, 좋은 아이디어를 빌리는 거야. 베낀 다음 네 방식대로 바꾸는 거지. 1970년대 일본이 그쪽으로는 전문이잖아. 그런 예는 아주 많아. 도요타는 제너럴 모터스를 카피했고, 버거킹은 맥도날드를 카피했고, 에어버스는 보잉을 카피했고. 그래도 마음이 안 내킨다면 세 번째 방법이 남아 있지. 바로 시대의 바람을 타는 거.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구나. 좋은 아이디어는 좋은 악상과도 같은 거란다. 시대의 바람 속에 이미 있지만 아직 모양을 완전히 갖추지 못하고 개척되지 않은 컨셉,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거야. 한번 해볼까? 지난달 신문을 열 개 정도 골라뒀다. 아무거나 하나 집어서 헤드라인만 읽어보렴.”

“‘중국의 메달 수확, 2008년 북경 올림픽을 위한 전투태세에 돌입한 중국’, 그럼 여기에 들어있는 시대의 바람은 뭐예요? 북경 올림픽을 준비해라? 북경 올림픽에 가고 싶어 하는 프랑스 사람들을 위한 여행사를 차려라? 중국인이 돼라?” “이 기사를 통해 네가 알 수 있는 시대의 바람은 중국에 불가능한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거야. 중국을 빼면 얘기가 안 된다는 것. CEO가 되든 투자은행을 하든 컨설턴트나 기업가가 되든 네가 국제적인 차원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세계에서 중국이란 나라의 역할 변화를 알고 있어야만 한다는 거야. 다음, 네 앞에 있는 레 제코(Les Echos, 프랑스 경제 일간지)를 볼까.” “멤버십 소비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래, 그게 진짜 시대의 바람이네! 우린 지금 탈 소비시대를 살아가고 있단다. 똑같은 제품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팔기만 하면 됐던 시대는 끝났어. 유통, 식품,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이 성공한 게 그 덕분이잖아.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남들과 구별되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고, 남들과 똑같은 것을 갖고 싶어 하지 않아. 자신만의 독특한 걸 원하거든. 그게 바로 멤버십 방식이야. 멤버십 개발 아이디어를 찾아낸다면 금광을 발견한 셈이라고 할 수 있어.” “재밌네요.” “재미있어해 주니 고맙구나. 이제 시대의 바람이 어떤 건지 알겠지?”

“지금까지 아빠 말씀을 요약하자면 프랑스에 실버 클럽을 세워야 되겠네요. 중국에 자매 클럽도 하나 만들고. 그럼 시대의 바람을 제대로 타는 거잖아요!” “바로 그거지!” “한 가지 고백할 게 있어요. 수업은 모두 정말 재밌었어요. ‘90일 만에 빌 게이츠 되기’ 같은 집중 코스라도 받고 있는 기분이 들 만큼요.” “그게 우리 목표였잖아. 칭찬해주니 고마운걸.” “제 말 아직 끝난 거 아니에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모든 수업 내용에 아빠는 빠져 있다는 거예요. 잘 다듬어지고 유익한 충고 뒤에 숨어만 계시고, 이젠 아빠 개인적인 얘기를 듣고 싶어요. 아빠 경험에서 나온 거. 아빠의 성공과 아빠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 말예요. 제가 아빠한테 배우겠다고 한 건 바로 그 때문이기도 해요. 아무에게도 그런 얘기 털어놓으신 적이 없었다면 이번 기회가 아빠한테도 분명히 도움이 될 거예요.” “한 번도 없지.” “그런 건 잘못된 거라구요. 하긴, 아빠다운 일이긴 하네요. 대마초도 한 번 안 피워보셨죠?” “안 피워봤지.” “그리고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시구요.”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그건 사실이야.” “아빠는 그게 좀 문제예요. 범생이, ‘미스터 완벽’이 되고 싶어 하시는 거.”

“지금 날 심판대에 세우시겠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프랑스 작가 안나 가발다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너한테 어떤 비밀을 털어놓았으면 하는 거냐? 좋아 아들, 사실 난 외국 비밀 정보기관을 위해 일하고 있단다. 4차 중동전이 있은 후 모사드(Mossad, 이스라엘 비밀 정보기관)에서 날 스카웃했거든. 난 위험한 임무들을 맡아서 해냈어. 금융시장을 조작하고, 이스라엘을 배척하는 회사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뜨려 주가가 떨어지게 만들었지. 물론 그 모든 건 붉은여단(Red Brigades; 이탈리아의 극좌 과격파 테러조직) 멤버가 된 다음에 한 일이야. 네 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지. 이탈리아 공산주의자셨거든. 음, 그리고 또 뭐가 있냐면, 나한테는 네가 모르는 숨겨진 면이 아주 많이 있지. 가끔씩 저녁때 헤비메탈 밴드에서 기타 연주도 하고 있단다. 내가 회의 때문에 늦는다고 할 땐 다 그 때문이야. 그리고 또…” “됐어요, 됐어! 저한테 장난만 치고 계시잖아요. 적당히 얼버무리면 아빠 얘기 안 하고 또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저 갈래요.“ 

이제야 말이 통하네

뤽은 부서져라 하고 문을 닫고 나갔다. 화가 난 것 같았다. 혼자 남은 난 벙벙한 기분이 됐다. 난 뤽이 장난삼아 해보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농담으로 받으려던 거였는데. 내 유머가 통하지 않았다는 것, 최소한 그건 알겠군. 내가 내 얘기를 싫어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들은 쉰 살에 2,500만 유로를 벌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하고, 난 나 자신의 경험이 그 애한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유익하다 싶은 조언은 모두 해주었다. 내 숙제를 정말 열심히 했단 말이다. 생각해보니 좀 괘씸하네. 그래도 함께 시작한 이 일을 싸움으로 끝내고 싶진 않은데. 나는 일찍 사무실을 나섰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뤽이 집에 있다고 했다. 집에 도착한 나는 뤽의 방문부터 두드렸다. “들어가도 되니?” 무반응. “화 풀어라. 난 네가 농담하는 줄 알았거든. 이제 네 질문에 대답할 준비됐다. 들어가도 되냐?” 문이 열렸다. 뤽은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있었다.

“그래서 뭐가 알고 싶은 건데?” “아빠 생각을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알았어, 알았다구. 질문해봐. 말 안 돌리고 대답할 테니까. 맹세. 약속. 퉤퉤퉤.” “우선 쉰 살에 2,500만 유로를 벌겠다는 목표가 저한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가능하지. 아주 큰 액수인 건 사실이야. 하지만 네가 도달할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그게 네 목표라면.” “제 목표죠. 그럼 아빠는요? 2,500만 유로 가지고 계세요? 이 질문에 도망갈 생각하지 마시구요.” “가지고 있어. 넉넉잡아서.” “이제야 말이 통하네! 진작 그렇게 나오시지. 근데 프랑스 직업인 재산 순위 500위에 안 들어가셨잖아요.” “그 순위는 직업으로 번 돈만 따지는 거라고 내가 설명하지 않았나? 현금, 채권같은 순수한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은 고려하지 않은 거지.”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그러니까 아빠는 저축해둔 돈이랑 부동산이 많으신 거군요. 아빠가 쭉 차근차근 벌어서 그렇게 되신 거예요?” “아니. 그 부분에서는 널 실망시켜야겠는걸. 몽땅 날린 적이 있어. 완전히 다. 그것도 두 번이나.” “하지만 아빠처럼 일등만 할 것 같은 사람이 어떻게 다 날릴 수가 있어요? 말도 안돼!”

“첫 번째 실패는 그렇게 되도록 미리 정해진 것이었단다. 모든 게 내겐 너무 빨랐거든. HEC를 마치고 군대 일 년 갔다 온 다음 내가 들어간 곳은 미국계 은행이었어. 프랑스 금융시장은 그때 걸음마 상태였는데, 나는 운 좋게도 몇 달 만에 트레이딩 룸으로 가게 됐지. 난 거기서 열심히 일했어. 재미도 찾을 수 있었고. 운도 따라주었어. 금융시장이 봄을 맞게 된 거야. 난 큰 미국계 투자은행으로 스카웃됐단다. 우체국에서 야간 선별 작업을 하는 아버지와 열쇠 공장에서 일하는 어머니의 아들인 내가, 그야말로 골든보이가 된 거야. 신문에 내 기사가 나고 텔레비전에서도 내 얘기를 했어. 상상이 되니? 꼭 떼제베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었어. 기차안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기차 지붕에 매달려 가는 속도감으로.” “그때 아빠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한다면요?” “기본은 좋은 학위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운도 있었어. 그 다음으로 노동은 성공하는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어. “다른 건요?” “열정. 이건 절대적인 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필요한 건 리더에게서 배울 것. 난 미국 금융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고 있다가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는 재주가 있었어. 미국에서는 이미 뜬 아이템에 관심이 간 거지. 미국에서 통한 건 언젠가 여기서도 통한다는 사실에서 기회를 잡은 거야.”

“어쨌든, 그러니까 아빠는 서른도 안 됐을 때 세상을 다 가지셨다, 이거네요. 성공 요건도 두루 갖춘 데다 돈을 벌 수 있는 수단도 있었고, 그리고…” “그리고, 와장창! 몽땅 날렸고.” “훌륭한 가장으로서의 아빠 모습이랑 벌었던 돈을 보면 저축해둔 돈이 있었을 것 같은데.” “당시 내 나이가 서른도 안 됐다는 걸 생각해봐. 미쳤다 싶을 만큼 다 써 버렸지. 그때 팁으로 뿌린 돈만 해도 지금 파리 몽테뉴가 땅 400제곱미터는 살 수 있을걸. 그런데 1990년 2월 내가 프랑스지사를 맡고 있던 미국 은행이 파산을 한 거야. 1980년대 금융시장의 스타 중의 스타, 마이클 밀켄이 관련된 엄청난 금융 사건 때문에.” “세상에!” “내 말이 그 말이다. 더 기가 막힌 건 1990년 1월 난 역사적인 기록이 될 만한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는 거야. 그랬는데 본사가 풍비박산이 나버렸으니. 그래서 난 내 밑에서 일하던 우리 팀 서른 명과 함께 길바닥에 나앉고 말았어.”

“우리 목적이 뭔지 잊지 말자구요. 쉰 살에 2,500만 유로를 갖는다는 제 목표에 도움이 되는 범위 내에서 아빠의 첫 번째 실패가 주는 교훈은 어떤 게 있을까요?” “남의 아픈 데를 이용하려고 하다니. 치사하게. 보자. 첫 번째 교훈은 운이 네 앞에 왔다 싶으면 그 기회를 꽉 잡아야 해. 기회를 놓치지 말 것, 망치지도 말 것, 그게 룰 넘버 원. 룰 넘버 투는 한 우물만 팔 것. 집중의 힘이 어떤 건지 난 경험해봐서 잘 알아. 네가 금융 일을 하고 있고, 또 그 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금융 일만 하도록 해. 룰 넘버 쓰리는 들뜨지 말 것. 사람은 결코 이 세상 전부를 가질 순 없단다. 그저 아주 작은 세상밖에는 가질 수 없지. 그것도 조심하지 않으면 금방 사라져버리고.”

“뭔가 다 심란하네요. 그런데 어떻게 재기하셨어요?” “다시 내 일에 집중하면서. 우리 팀 사람들과 다른 미국계 투자은행에 들어갔어. 그러고는 일했지. 아주 열심히. 그렇게 2년을 지내니 내가 일하던 분야에서 기록적인 거래를 해냈고, 사람들은 다시 내 얘기를 하기 시작했어. 월 스트리트 저널 1면에까지 내 얘기가 실렸지. 그게 1992년의 일이야. 그리고 1994년에 난 우리 팀 전원과 아주 좋은 미국계 투자은행으로 스카웃됐단다. 그렇게 난 다시 정상에 올랐어.” “그럼 다 잘된 거네요! 터널 탈출!” “그렇지. 거의 그랬어. 근데 내 나이가 마흔, 더 이상 선두는 아니더라구. 성공은 했어도 다른 사업 쪽으로 눈을 돌렸지. 또 말야. 아이디어가 괜찮다 싶으면 분야가 다양하고 말고에 상관없이 투자를 했어. 섬유, 식당, 음악…”

“경기 결과는요?” “케이오 패. 하지만 이번엔 제로 정도가 아니었어. 한참 마이너스였지.” “그게 무슨 얘기예요?” “벌었던 돈 다 날리고 거기에 좀 더 날렸거든. 내 경험에서 네가 명심해야 할 것을 말해주마. 노동, 열정, 집중, 이건 다시 한 번 더 강조하는 거고, 거기에 더해 경쟁심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 한 발짝 물러서서 보자면 난 금융계에서 기적을 경험한 사람이지 싶어. 내 추락의 책임은 두 번 다 바로 나 자신에게 있었다는 것. 운을 탓할 수도 신을 탓할 수도 남들을 탓할 수도 없어. 다 내가 잘못한 거였으니까.” “아빠 이런 모습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마음이 많이 복잡해 보이세요.” “미안하구나. 그 모든 기억, 특히 내가 거듭한 실수들을 생각하자니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라서 말이지.” “아빠?” “응?” “고마워요.” “뭐가?” “저를 위해서 아빠 옛날 기억 꺼내주신 거요.” “사랑한다, 아들.” “저도요. 아빠가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까 좋은데요. 처음이에요. 내일 아침 아빠 사무실로 마무리 지으러 갈게요. 제가 뭘 할지 이제 결정해야죠.”

부자의 왕도

“왔니, 뤽, 앉아라. 이 서류만 보고 얘기하자. 자 이제 정리를 할 시간이구나. 네 목표를 이루게 해줄 가능성들을 쭉 둘러봤는데, 그에 대한 소감은?” “미리부터 확실히 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 하지만 순전히 이론상으로 보자면 가능할 것 같다는 것. 이론 어딘가에 버그가 있어서 그런 거겠죠?” “아니, 문제는 우리처럼 이런 연습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거야. 네가 싸움에서 이기고 싶다면 거의 군대식으로 철저하게 전략을 세워야 해.” “아빠가 직접 보셨거나 얘기를 읽었거나 간에 부자가 된 사람들한테서 공통점을 찾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그거 재밌는 질문이구나. 그렇지. 조금 파고 들어가면 성공에 필요한 몇 가지 특징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우선 몇몇 사람은 천재라는 것. 빌 게이츠랑 애플 사장 스티브 잡스는 천재야. 아인슈타인이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까지는 아니지만. 크게 타고난 건 사실이지.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천재성보다는 집중과 노동, 빈틈없는 일처리, 자신만의 노하우가 힘이었다고 할 수 있을 거야. 워렌 버핏처럼 말야. 그리고 비전 역시 성공의 요인이야. 머리가 약간 이상하거나 야심이 크다는 특징도 있겠다.” “그럼 저에게 뭐가 있어요? 천재는 일단 제쳐놓고요.” “집중과 노하우는 스스로 터득하는 거야. 일을 많이 해내는 능력은 매일 자기 관리를 하면서 유지하는 거고. 비전, 이건 키워야지. 그리고 광기는 누구에게나 있단다. 광기에 휩쓸리지 않고 분출시킬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해.” “우와, 감동! 방금 그 말 역사에 남겨도 될 정도예요. 책 한 권 쓰셔야겠어요.” “그래볼까 생각 중이다.”

“난 네 질문에 답을 한 것 같은데, 넌 어떠냐? 33년 안에 부자가 될 방법을 이제 알겠니?” “어느 정도는요. 그럼, 이상적인 코스를 만들어주실 수 있어요? 성공이 확실한 왕도 말예요. 이론상으로라도.”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다. 모든 방법을 한 번 섞어보자꾸나. 네가 리플리컨트라고 상상해볼까?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프로그램으로 작동되는 그 기계인간 말야.” “그럼 저를 어떻게 프로그래밍하실 건데요?” “네가 지금 바칼로레아는 땄으니까 프랑스에 있는 그랑제콜이나 좋은 대학에 가게 해야지. 공부하는 동안 외국 학교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모두 활용하게 하고, 가능한 한 많은 언어를 할 수 있게 말이지.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건 필수야. 프랑스에서 공부가 끝나면 일 년간 여행을 시킬 거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기업 연수는 말고. 옳지, 여행 다니는 나라에서 서빙이나 판매원을 하도록 프로그래밍 해야겠다. 일 자체보다는 그 나라와 사람들에게 집중할 수 있게. 그러고 나서 첫 번째 직장은, 네가 원하는 곳에서, 이왕이면 아주 큰 대기업.”

“제가 틀에 박히는 거 싫어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 대기업 총수나 이인자가 될 생각이 아니라면 거기서 평생을 보내서는 안 되지. 잘 정립되어 있는 기존 방법들과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관한 감각, 조직의 힘을 배우는 거야. 하지만 타성에 젖는 건 안 되니까 3년 후에는 나와야 해. 그때쯤 네가 흥미를 느끼거나 시대의 바람을 타고 있는 분야가 어딘지를 정하면 되겠지. 그리고 필요하다면 공부를 더 해야 해. 미국 MBA가 이상적인데. 아시아 쪽 사람들 정신세계와 친숙해질 필요가 있으니까. ” “또 공부! 아빠 프로그램은 너무 끔찍해요.” “조용! 넌 지금 기계인간이잖아. 공부를 마친 다음에는 두 가지 길이 있어. 네 회로를 체크해봐서 잘 돌아가고 있으면 바로 회사를 차리도록 프로그램을 입력할 거야. 회로가 약하다 싶으면 그 계통에서 리더라 할만한 회사에 들어가 2년간 일하면서 배우게 할거고, 아니면 마흔 살 전에 파트너가 될 수 있게 금융이나 컨설팅 쪽 미국계 회사에 바로 넣든지.” “또 배우는 거네. 전 평생 학생이겠군요?” “미국인들은 학습 곡선이 마이너스를 그리는 순간부터 그 사람의 끝이 보이는 거라고 말한다더구나. 배우는 걸 멈춰서는 안 돼. 어쨌든 넌 네 회사를 차렸거나 괜찮은 회사에서 파트너가 되어 있겠지. 거기에 병행해서 부동산에 약간 투자하는 거야. 돈을 모으는 지렛대를 활용하는 차원에서 말이지. 자, 이상 끝. ‘25-50’ 칵테일 성공법 되겠습니다. 쉰 살에 2,500만 유로 벌기.”

“그걸 칵테일이라고 하시다니. 아빠 얘기는 불가능해요. 전 기계가 아니거든요.” “아니, 가능해. 능력이 문제라면 넌 기본이 좋아. 의지가 문제라면 그것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어쨌든 내 얘기가 이상적인 버전이란 건 알아둬라. 내가 말한 대로가 아니어도 성공할 수는 있어. 하지만 내가 말한 코스나 그 비슷한 코스로 가면 위험 부담이 줄지.” “아빠 프로그램은 공부 비중이 너무 크잖아요?” “난 이상적인 코스를 제시한 거라니까. 공부 안하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건 지난번에 이미 말했다. 네가 공부를 못 하거나 그저 중간 정도밖에 안 된다 하더라도 내 계획이 그렇게 많이 바뀌지는 않을 거야. 공부는 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하도록 네게 맡겼겠지. 그래도 가능하다면 바칼로레아는 따게 했을 거야. 없어도 되긴 하지만. 그러고는 바로 외국으로 보내서…” “알아요. 상하이에 서빙하러.” “예를 들자면 그렇지. 근데 주의할 건 네가 일등이 아니면 일등을 항상 네 편에 두어야 한다는 거야. 특히 재정 관리와 인사 조직을 위해서. 인재를 곁에 두라는 건 미국 성공 매뉴얼에서 말하는 황금 규칙 중 하나이기도 하거든. 그런 것에 관한 책을 보고 싶으면 아마존에서 주문하면 되겠지? 자, 아들, 이제 대모험을 떠날 준비는 된 것 같구나. 목표에서 절대 눈을 떼지 마라. 네가 뭘 재밌어 하는지를 찾고.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건 시대의…” “바람을 탈 것! 입력 다 했어요. 이상, 수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