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 저런 마음/함께 나누기 오늘의 눈물 찔끔, kwansoon 2009. 4. 24. 09:46 감사라는 선물 /어느 집배원의 이야기 감사라는 선물 오늘도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나는 섬에서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로 부두까지 나와서는 배를 타고 육지에 도착해서 다시 차를 운전하고 한참을 가야 직장인 우체국에 갈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겨우겨우 출근을 해서 일과를 시작할 때쯤이면 벌써 온몸의 힘이 절반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곳에서는 집배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모녀가 모두 지체부자유자이기 때문에 집 안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가 없는 가정이 있었는데, 내가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몇 번 심부름을 해주었더니 이제는 아예 아침마다 전화해서 필요한 물품을 불러주곤 하는 것이었다. 심부름의 종류도 다양했다. 볼펜, 빗자루, 빗에서부터 홍시, 귤, 생선…. 심지어는 요강까지 사다준 적도 있었다. 일이 바쁘지 않고 여유로울 때에는 불쌍하다는 생각에 기꺼이 도와주었지만 업무량이 많은 날이면 그 부탁들이 상당한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때로는 그 집에서 전화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고 어떤 때는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많은 업무량에 투덜거리며 배달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김없이 그 전화가 걸려왔다. 혼자서는 추스리기조차 힘든 많은 우편물에 쩔쩔매고 있던 터라 화가 나는 걸 간신히 참으며 전화를 받았더니, 돈은 나중에 주겠다며 양말을 사오라는 것이었다. 시간이 없었지만 마지 못해 양말을 사서 오토바이에 싣고는 그 집으로 향했다. 축 늘어진 어깨로 그 집에 도착하니 아주머니가 방문을 열고 내다보고 계셨다. “아이고… 왔구먼. 저런 고맙기도 해라.” 나는 반갑게 맞이하는 아주머니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불쑥 양말 봉지를 내밀었다. “그랴 그랴. 이게 얼마고?” “2천 원이요.” 퉁명스러운 나의 대답에 아주머니는 지갑을 열어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지폐 두 장을 내밀었다. 그런데 양말 값을 지불하신 후 아주머니가 양말이 들어 있는 봉지를 나에게 다시 내미는 게 아닌가. “그 동안 부탁만 혀서 미안하구먼. 뭔가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몸이 원체 이 모양이니….” 쑥스러운 듯 미소짓는 아주머니의 얼굴에서 ‘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감사’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 형편없는 와중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품고 있다니. 얻어먹기는 커녕 밥을 지어먹을 힘까지 있는데도 지금껏 그 기본을 몰랐던 나. -김대양/전남 고흥군에 사는 스물다섯 살의 집배원 눌러줄래요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아름다운 육십을 바라보자, '이런생각 저런 마음 > 함께 나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개월 만에 블로그에 들어와 보다, (0) 2009.10.08 [스크랩] ▒ 이기는사람과 지는사람 ▒ (0) 2009.05.19 재미 있는 세상 이야기 (0) 2009.03.10 [스크랩] 벌써 3월이네.. (0) 2009.03.05 내이름은 닉 부이치치 입니다~ (0) 2009.03.05 '이런생각 저런 마음/함께 나누기' Related Articles 5개월 만에 블로그에 들어와 보다, [스크랩] ▒ 이기는사람과 지는사람 ▒ 재미 있는 세상 이야기 [스크랩] 벌써 3월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