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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 저런 마음/가슴에 남는글들

스루야의 아들들, 펌


  김양규 (2005-03-08 09:04:47, Hit : 91, Vote : 3
 다시 쓰는 칼럼 < 스루야의 아들들 >

사무엘서를 보고 있다.
삼상은 사무엘의 등장과 사울왕의 얘기라면, 삼하는 다윗왕의 역사다.
삼상에서 아직 아이로 등장하던 다윗이 삼하에 이르러서는 당당한 왕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런데 다윗왕의 집권 초기에 그에게 참 성가신 부하들이 있었다.
스루야의 아들들이었다.


스루야, 그는 누구인가.
구약의 많은 부분에서 아들의 이름을 말할 때는 보통 그 아버지 이름밑에 쓴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 눈의 아들 여호수아 ... 이렇게 쓰임을 우린 안다.
하지만 여기서 스루야는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다.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그의  남편은 누구인지 모르지만 아내만큼 중요하지 않은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남편 이름은 한번도 나오지 않지만, 아내 이름만 자주 등장하는 걸 보아도 알 수 있다.

스루야는 다윗의 씨다른 누이였다.
다윗의 아버지 이새의 아내가 예전에 나하스에게서 낳은 씨다른 누이가 바로 스루야였다.
스루야가 낳은 삼형제, 요압, 아비새, 아사헬...그들은 모두 장군이었다.
그네들은 모두 무관답게 용감무쌍했고 한결같이 거친 성격들이었다.
힘있고 거칠고 보복적인 성깔들을 한 가닥씩 갖고있는 장군들이었다.


스루야의 아들들은 다윗의 집권초기에 그의 옆에서 지켜주고 힘이 되어주고 보좌하는 역할을 단단히 했다.  한마디로 개국공신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다윗에게 짐이 되었다.
능력은 있었지만 다윗에게는 거북한 사람, 성가신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거칠고 괄괄한 성깔들은 자꾸만 사건을 만들어냈으며,  왕으로서도 도무지 통제가 안되는 어려운상황들에 자꾸 빠지게 했다.

사울과 다윗이 전쟁에 한창일 때,
사울편의 아브넬이 다윗편의 아사헬(스루야의 세 아들 중 한 명) 을 창으로 찔러죽인 일이 있었는데...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그 아브넬이 회심하고 다윗에게 항복하고 화해차 오게된다.
이때 요압과 아비새는 공모하여 아브넬을 찔러죽이고 만다.  형제의 복수를 한 것이다.
왕이 이미 받아준 아브넬을  요압과 아비새는 받아주지 못하고, 복수를 하고 만다.
처절한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이 일은 다윗 왕의 마음에 못을 박는 큰 사건이 된다.


다윗 왕이 이 일로 인해 탄식하는 장면이 삼하3장에 적나라하게 나온다.
"내가 힘이 없어서 그들을 제어하기가 너무 어려우니...여호와께서 그들의 악행을 갚아주시리로다..."

힘없는 왕과 힘있는 충신, 삼국지를 보아도 그랬고, 이 땅의 역사를 보아도 그랬다.
집권자가 힘이 없을 때 그 밑의 똑똑하고 힘있는 2인자들에 의해 정권이 놀아나는 행태들을 우린 수없이 보아왔다.
다윗 역시 너무 커져버린 스루야의 아들들때문에 마음고생을 단단히 하고 있었던 게다.

다윗왕은 죽을 때까지 스루야의 아들 요압을 용서하지 못한다.
그가 눈을 감을 때 뒤를 이을 아들 솔로몬을 불러 요압을 처치할 것을 조용히 지시한다.
다윗의 대를 이어 솔로몬이 즉위하자마자 요압은 브나야 장군을 통해 죽임을 당한다.
한 시대의 영웅이 백발이 허연 상태에서 비참하게 쪼개지는 장면이 열왕기상 2장에 나온다.
열왕기상은 솔로몬으로 부터 시작하는데 그가 즉위하자마자 이 일부터 착수한 것이다.

몰락이다.  스루야의 아들들의 몰락이다.
한때 기세등등했던 명문 스루야 가문의 몰락이다.
절제되지 못한 힘,  겸손을 겸비하지 못한 실력...순화되지 못한 성깔....
이런 것들의 결국이 어떠함을 그들을 통해 본다.


오늘날 사회에서도,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능력있고 실력있는 사람,  분명 그 사람 때문에 공동체에 엄청난 힘이 되고 도움이 되긴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렵고 힘이 들고 부담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편안하게 대하기 어렵고, 왠지 눈치가 봐지고 거북스런 사람들이 있다.
일은 잘하는 것같은데, 실력도 있고 능력도 있는 것같은데 말이다.

스루야의 아들들을 생각한다.
아무리 유능하다 해도, 그래서 그 사람때문에 나라가 세워지고, 교회가 세워지는 것같아도,
말씀으로 통제되고 조절되지 못하면, 그 힘이란 것이 공동체를 어렵게 하고, 사람들을 힘겹게 하고...
결국 도저히 제어하기 어려운 혼돈의 상태에 빠뜨릴 수도 있음을 생각한다.

지도자에게 부담이 되고, 껄끄러움을 받는 사람..
공동체에게 왠지 경원시되어지는 사람..
실력이 중시되고, 능력이 숭상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실력과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안다.

그건 결국 사랑과 겸손아닐까..
그것 없으면, 그것 하나 빠져버리면 결국 그 실력이란 것 때문에,  능력이란 것 때문에
스루야의 아들들처럼 내어버림을 당하고 결국엔 비참하게 쪼개짐을 당할 수밖에 없음을 보며 감았던 눈 다시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