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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보물을 생각하며/ceo 가 되고픈 아들에게

이사람을 보라, 안철수, 관련기사

안철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머니투데이 | 기사입력 2008.06.04 12:32



[

"진정으로 강해지려면 치열하면서도 온화해야 한다.
또 이상주의자이면서 현실주의자이어야 한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이다.
이렇듯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모두 가진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안철수(46) 카이스트(KAIST) 석좌교수 겸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을
최근 약 2시간 동안 만났다.
안철수는 '정말로 강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열정적이면서도 평온했고, 항상 변화하면서도 스스로를 잘 정리하고 있었다.
또 '순수한' 욕심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늘 자신을 깨끗이 비워두고 있었다.
3년 전 안철수연구소의 최고경영자(CEO)에서 홀연히 물러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안철수는 학생들과 후배 벤처기업인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교수의 모습으로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그가 앞으로 펼쳐 나갈 행보는 그의 지난 삶에서 뽑아낸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책

독일의 문호 마르틴 발저는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부터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는 확실히 안철수에게 딱 들어맞는 이야기다.
그 스스로도 자신을 "끊임없이 학습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새로운 도전에 앞서 먼저 항상 책을 읽었다.
심지어 큰 맘 먹고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갔다가,
결국 여행 기간 내내 호텔 방에서 온 가족이 책만 보다 왔다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

"저는 저만의 특별한 놀이문화나 취미를 가진 게 없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소설책 보는 게 제 놀이에요.
요즘은 시간이 없어 그 놀이마저도 잘 못합니다만.
저는 소설책 보는 게 참 좋아요. 상상속으로 들어가는 거죠.

제가 살아보지 못한 신라시대, 고대 로마시대 등으로 들어가서
그 당시 사 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고민하는가를 들여다보는 겁니다.
두꺼운 소설책을 반 정도 읽다보면 심지어는 슬퍼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좀 있으면 소설 속의 그들과 헤어져야 하니까요.
그럴 때엔 정말 아껴서 꼼꼼하게 읽어요."

책을 많이 읽는 다는 건 분명 미덕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대표적인 벤처 기업가였으며,
이제 벤처업계의 '최고학습책임자(CLO)'가 되고자 하는 사람.
당연히 창의력이 최우선 덕목이 돼야 한다.

창의력이라면 자신의 머리를 비워내고 덜어내야 생기는 게 아니던가.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를 통해 머리를 비워내는 데,
그는 놀이조차도 '책 읽기'라니.
그에겐 도무지 자신을 비워내는 과정이 없는 듯 보였다.

"저를 책을 쓰면서 저를 비워 냅니다.(그는 지금까지 모두 9권의 책을 썼다)
계속 머리에 생각을 채우다보면 어느 순간 되면 머릿속이 헝클어지지요.
이런 생각들을 메모한 다음, 마음 편하게 잊어버리는 거죠.
이렇게 정리하면 머릿속에 빈 공간이 많이 늘어납니다. "

그런 식이라면 창의력은 고사하고 스트레스조차도 풀기 어려워 보였다.
"맞아요. 단기간에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제겐 딱히 없어요.
책을 쓸 때는 정말 힘듭니다. 한번 하면 다시는 안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출판된 걸 손에 쥐었을 때,
그 지난 9번의 경험이 제겐 잊혀지지 않습니다.
인류문명의 중심인 책의 역사에 하나를 더 보태어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일,
그게 바로 제게 힘을 줍니다. 그런 느낌은 적어도 몇 년씩은 가더라고요."

평범한 사람의 상식으로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저는 지난 20년 동안 언론에 노출된 사람입니다.
소수의 사람을 오래 속이고 다수를 짧게 속일 수도 있으나,
다수를 오래 속이지는 못합니다.
사람은 20년 동안이나 가면을 쓰고는 못 삽니다.
또 저는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참고 사는 사람이 못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들이 바로 제가 정말 편하다고 느끼는 제 삶의 방식입니다."

< 안철수 약력 >
△1962년 부산 출생
△1986년 서울대 의대 졸업
△1991년 서울대 의학박사
△199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공대 및 와튼스쿨 기술경영학 석사
△2000년 미국 검색하기 스탠포드대 벤처비즈니스 과정 연수
△2008년 미국 와튼스쿨 기술경영학 석사

△1989년∼1991년 단국대 의대 전임강사 및 의예과 학과장
△1991년∼1994년 해군 군의관
△1995년∼2005년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2005년∼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2005년∼ 포스코 사외이사
△2008년∼ 카이스트 석좌교수

<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

안철수에게 '학벌'이 주는 의미는

머니투데이 | 기사입력 2008.06.04 12:42



[머니투데이 박창욱기자][[인터뷰]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②]
과연 안철수는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인 벤처기업가의 모델일 수 있을까.
물론 그는 치열한 노력을 통해 성공적인 벤처기업을 일궜고,
도덕적인 경영자의 행보로 인해 존경받는 '오피니언 리더'로도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그가 과연 서울대 의대를 나온 의사 출신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각광받는 사회적 인물이 될 수 있었을까.
혹시 그는 '학벌사회'가 배출해 낸 신화가 아닐까.

# 학벌

"제 학벌 등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렇게 본다 해도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저는 감히 벤처기업가의 모델 가운데 하나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명이 이어졌다.
"어떤 분은 제가 차라리 같은 서울대라도 경영대나 공대를 나왔으면,
벤처기업으로 더 빨리 진입해 더 잘 됐을 거라는 덕담도 하십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봉사진료도 다니면서
의대 생활을 치열하게 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 제게 의학지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열심히 살았던 삶의 태도는 제 피 속에 녹아 몸속에 흐르면서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지식은 유한하지만 치열한 삶의 방식은 평생 갑니다."

서울대 의학박사에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기술경영학 석사(MBA).
여기에 그는 지난 3년간 유학을 통해 와튼 스쿨의 창업경영학 석사학위를 다시 보탰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이런 것들은 치열하게 살았던 삶의 증거라고 할 수 있겠죠.
40대 중반에 새로운 학위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어요.
그런데도 굳이 학위과정을 간 건 열심히 공부하기 위한 수단이었어요.
학위 과정은 일반 연수과정과는 달리 교수님들이 매섭게 학생을 다루거든요.
천재들은 고생 없이도 많이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 그런 타입이 못 됩니다.
고생을 해야 제대로 지식이 남아서 남을 도울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저 스스로에게 의미를 주지,
학벌에 대한 다른 사람 평가가 의미 있는 것 정말 아니에요."

# 원칙
안철수의 지난 삶에서 '원칙'은 '치열함'과 함께 성공에 있어 핵심적인 키워드였다.
그는 저서에서 생존과 원칙의 문제가 부딪히면 원칙을 선택한다고 쓰기도 할 정도였다.
그런 생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걸까.
그의 분신인 안철수연구소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무료 백신 제공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어서 떠오른 궁금증이다.

"미국의 경우를 봐도, 세계 최대 보안업체인 시만텍이 구글에 백신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그건 평가판이고요, 분명 시만텍의 브랜드를 달고 있습니다.
브랜드 표시 없이 포털에 제공되는 국내방식과는 분명 다릅니다.
이해타산의 문제 보다는 기본적으로 전문성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하고,
파이를 좀 더 키우는 방식이 돼야 합니다.
안연구소는 아직 그나마 괜찮지만 수없이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을 모른 체 할 수는 없습니다.
저라도 그 사람들을 대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원칙을 지킨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솔직히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겁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노력해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똑똑해도, 원칙을 지켜도 실패할 수 있어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머리 좋은 사람 못 당하고,
아무리 머리 좋아도 운 좋은 사람 못 당한다고 하지요.
그렇다면 열심히 하는 게 어처구니 없어 보이지만,
내가 개척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해서 조금이라도 성공확률을 높여야죠.
그러면 설사 망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거라는 게 기본적인 제 생각입니다."

그는 앞으로 그가 하려는 일을 이렇게 정리했다.
"다른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 전체에 제가 옳다 여기는 생각이 널리 전파됐으면 좋습니다."

< ③편으로 이어집니다 >

박창욱기자 pcwpcw88@

 

 

안철수의 멘토는 누구?

머니투데이 | 기사입력 2008.06.04 12:52




< 안철수의 멘토는 >

< 안철수는 의사에서 벤처기업인으로, 다시 교수로 직업을 바꿨다.
그는 당연히 각 직업마다 멘토가 있었다고 했다.

비즈니스 이코노믹스'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그가 지금 멘토로 삼은 사람은
와튼 스쿨에서 창업마케팅을 가르치는 랜 로디쉬 교수다.

안 교수에 따르면 랜 로디쉬 교수는 현업에서 학생들의 창업을 도와준 케이스가 몇 백 건이나 될 정도며,
마케팅 분야에서 학문적으로도 유명한 분이라고 한다.
학생들이 제시하는 사업계획이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도전해보라며
창업자금을 수표를 빌려주었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올 정도.
안 교수도 그를 존경한 나머지 카이스트 임용을 위한 절차에 필요한 추천서를 그에게 부탁했다고 했다.

이 뿐만 아니라, 미국 대학에는
학생이 보고 배울만한 좋은 역할모델을 하는 교수들이 많다고 안 교수는 소개했다.
예를 들어, 재무를 전공하는 한 교수님은 터키의 재무장관을 지내며
국영기업을 민영화한 경험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다시 전공분야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또 변호사 출신의 한 겸임교수는 개인 회사를 사서 가치를 높여 파는
창업 및 인수합병 과목을 가르치는 데,
이미 10여년 전부터 일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신에게 돈이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한번 내 학생은 영원한 내 학생'이라며
10년후라도 물어보면 가르쳐 주겠다고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고.
이론적인 학문을 탐구하는 교수도 필요하지만,
이처럼 현실적 갭을 메워주고 롤 모델이 되어주는 스승들이 멋있게 보였다고 안 교수는 밝혔다. 

에필로그
안철수 교수와 인터뷰는 1시간 넘게 진행됐다.
그러나 못다한 질문이 남아 있어 다음 일정이 있는 광화문으로 가는 그의 차 안에 동승했다.
차 안에선 앞서 5월에 했던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발언을 중심으로 질문했다.

안 교수는 우리 사회에 반기업 정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벤처 리더이자 대표적인 도덕적 경영자인 그가 반기업 정서가 있다고 말한 점이
기자로선 의외였다. 설명을 부탁했다

"한국에서 가장 문제가 일반 대중들이 자본주의의 대한 상식이 너무 부족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업과 기업인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합니다.
반기업 정서는 사실 명확히 이야기하면 부도덕한 기업인에 대한 반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인과 기업 자체를 도매금으로 묶어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또 정치 참여 문제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저라는 사람에게는 권력욕 자체가 별로 없어요.
그리고 돈보다는 명예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요.
그런데 정치 참여가 명예에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정치는 안 할 것 같습니다."

모바일로 보는 머니투데이 "5200 누르고 NATE/magicⓝ/ez-i"
박창욱기자 pcwpcw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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