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생각 저런 마음/가슴에 남는글들

정성수 시인의 "황혼"

황혼
시인 정성수


이제 늙었다고 생각되는 날에는

아름다운 늙은이가 되리.


미운소리,

징징 짜는 소리,

헐뜯는 소리
소리 소리로 설치지 않으리.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 적당히 아는 척
조심조심 땅을 밟으리.


꼭 이기려고 하지 않으리.

조금씩 양보하리.


죽으면 가져갈 수도 없는 돈 남겨

자식들 싸우지 않게 하리.

 

그렇다고 함부로버리지 않으리.


친구를 만나면 술도 한 잔 사리.


불쌍한 사람 만나면 내 몸 돌보듯 베풀리.


더 이상 갈 길이 없다고 생각되는 날.

 

지는 해를 생각하리.


날마다 샤워하고 속옷을 갈아입으리.


잠이 오면 편안한 마음으로 누우리.

 

그리하여 머물었던 자리마다 꽃이 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