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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나님에 관하여/신약 핵심공부

[스크랩] 유다복음-유다는 왜 배신했을까?

그리스도의 생애 제 15장: 붙잡힌 그리스도 (유다의 입맞춤) (1304-06)
조토 Giotto (1267-1337) 작
프레스코, 200 x 185 cm

 

    예수의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열 두 제자의 하나인 유다가 나타났다. 그와 함께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원로들이 보낸 무리가 칼과 몽둥이를 들고 떼지어 왔다. 그런데 배반자는 그들과 미리 암호를 짜고 "내가 입맞추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니 붙잡아서 놓치지 말고 끌고 가라" 고 일러 두었던 것이다. 그가 예수께 다가 와서 "선생님!" 하고 인사하면서 입을 맞추자 무리가 달려들어 예수를 붙잡았다.  - 마르코 복음서 14:43-46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가장 다정한 인사인 입맞춤이 배신과 공격의 신호로 쓰였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컬하고 끔찍한 일이죠. 이 소름끼치는 키스의 주인공인 유다가 요즘 특히 유명세를 타고 있더군요. 부활절을 앞두고 유다복음이 공개되었기 때문이죠. 유다복음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한 기사를 하나 가져왔습니다. 아래에 있으니 읽어보시고요.

 

     사실 유다복음의 공개가 제게 그리 충격적인 것은 아니에요. 유다복음의 주장은 유다가 예수를 팔아넘긴 것이 사실 배신이 아니라 예수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이야긴데... 이런 주장이 그노시스파 (Gnosticism 신비적 신앙지식을 중시하던 1-2세기의 그리스도교 일파. 후에 이단으로 배척됨) 중 일부에서 제기되었다는 것은 그전부터도 알려진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이번에 발견된 유다복음 사본은 AD 300년 전후에 씌어진 것이고 그 원본도 AD 100년 전후나 이후에 씌어진 것이라는데, 그리스도교에서 정통으로 받아들여지는 4대 복음서는 그보다 앞선 AD 50년에서 100년 사이에 씌어졌으니, 더 후대에 씌어진 유다복음이 더 신빙성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유다복음의 공개는 여전히 흥미로운 사건입니다. 지금의 교리가 정립되기 이전에 난립했던 다양한 초기 그리스도교 사상들을 더 연구할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그리고 유다가 왜 배신을 했는가에 대한 오랜 궁금증을 다시 자극하기도 하고요. 유다의 배신은 정말 거대한 미스테리고 그래서 갖가지 추측들이 있습니다. 유다복음처럼 유다가 사실은 배신자가 아니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유다가 본래부터 예수를 해칠 작정으로 접근한 거짓 사도였다는 주장이 있죠. 그러나 카톨릭 교회에서는 이 두 가지 설 모두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유다가 한때는 진짜 사도였으나 결국 마음이 변하고 타락하여 배신하게 되었다는 것이 교회의 견해죠. 마음이 변한 구체적인 동기는 여전히 모호하고 여러 엇갈리는 견해가 있지만요.

 

    어떤 신학자들은 유다가 젤로트당 Zealot 이거나 그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사람이었다고 봅니다. 젤로트당은 극렬 유대 민족주의자들로서 폭력을 동원하여 로마의 지배에 저항하고 이민족을 배척하는... 요즘으로 치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와 비슷한 사람들이었죠. 이 신학자들에 따르면, 유다는 이민족을 전투로 무찌르고 유대민족을 과거의 영화로 이끌어줄 새로운 왕인 메시아를 기다렸고 예수가 그런 메시아가 되어주길 바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는 아시다시피 유대민족을 넘어선 전인류를 위해서 왔고 그들에게 속세의 영화가 아닌 죄로부터의 구원과 평화를 주기 위해 왔으며 그것을 위해 왕좌를 차지하는 대신 수난당해야 했던 것입니다. 유다는 이러한 구세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실망감과 자기 나름의 배신감에 사로잡혀 예수를 팔아넘겼다는 것이죠.

 

    사실 저는 이 학설이 역사적 배경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상당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답니다...  이 학설이 맞다고 생각하면 유다가 나중에 후회하고 예수를 팔아서 얻은 돈을 내던지고 자살했다는 마태오 복음서의 이야기도 자연스러워요. 단지 유다가 탐욕스러운 인간이어서 스승을 팔았다면 그의 갑작스러운 후회와 자살이 별로 자연스럽지가 않거든요. 유다는 자신의 오랜 구약성서적인 가치관과 스승의 새로운 가르침 간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없는 갈등과 혼돈 속에서 배신을 저지르고 다시 배신을 후회하고 그러면서 파멸의 길로 간 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도 단정할 수는 없겠지요...    아무튼 이제 부활절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든 아니든 모든 분들에게 마음의 평화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유다는 결코 얻지 못했던 마음의 평화 말이죠...

 

이젠하임 제단화, 그리스도 부활 (1510-15)
그뤼네발트 Matthias Grünewald (1475-1528) 작
나무판자에 유채 
운털린덴 박물관, 콜마르

 

[중앙포럼] 배신자의 복음?

 

[중앙일보 오병상] 이번 주는 기독교에서 가장 중시하는 부활절(16일)을 준비하는 성스러운 고난 주간이다. 그런데 올해 부활절이 다소 소란스럽게 됐다. 부활절에 맞춰 '유다복음'이란 문서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9일 내용을 공개한 '유다복음'이란 예수를 배신한 제자 가롯 유다의 복음서다. 일단 문서는 1700여 년 전 만들어진 진품으로 확인됐다. 물론 유다가 직접 쓴 게 아닐 것이다. 다른 복음서와 같이 후대 추종자들이 유다에 대해 쓴 글로 추정된다.

    문제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기독교에서 공인된 4대 복음서와 내용이 전혀 다르다. 유다가 예수를 로마군에 밀고한 배신이 사실은 예수의 지시와 가르침에 따른 것이라는 내용이다. 유다는 예수의 존재와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한 유일한 제자로 그려져 있다.

    유다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유다를 따로 불러 "너는 그들(다른 제자들)을 모두 능가할 것이다. 너는 인간의 형상으로 이 땅에 온 나를 희생시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수는 죽음의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 유다에게 자신을 고발할 것을 지시한 셈이다. 예수는 죽음으로써 육체를 벗어나 참된 영적인 존재가 된다는 진리를 유다에게만 알려줬다. 이를 모르는 다른 제자들은 유다를 배신자로 비난한다. 예수는 유다에게 "너는 오랫동안 저주받겠지만 그들을 다스리게 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4대 복음서에도 이와 관련된 대목이 나온다.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넘겨줄 것"이라고 말한 다음 유다에게 "네가 할 일을 어서 하라"고 독촉한다. 이 말을 들은 유다는 밖으로 나가 밀고한다. 일반적으로 유다의 흑심을 예수가 간파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런데 유다복음은 만찬 사흘 전 예수가 유다에게 밀고를 지시했다고 썼다.

    복음은 유다의 위상만 바꾼 것이 아니다. 학자들은 기독교의 근간인 부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미로 풀이한다. 유다복음은 유다가 예수를 고발하는 것으로 끝난다. 부활 대목이 없다. 예수가 육신을 벗어나는 것으로 영생을 얻기에, 굳이 무덤에서 되살아나 승천하는 과정이 불필요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육체는 영혼이나 정신을 가두는 감옥으로 간주된다.

    이 같은 인식은 예수 사후 성행했던 영지주의(靈智主義.Gnosticism)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영지주의는 육체와 정신을 나누는 2원론으로, 인간이 어떤 직관(신비로운 지식)을 통해 육체를 벗어남으로써 신과 같은 영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구원을 위한 부활에의 믿음이 불필요하다. 그래서 기독교는 일찌감치 영지주의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리옹의 이레네우스 주교는 180년께 쓴 글에서 '유다복음'을 이단으로 지목했다. 이번에 공개된 유다복음은 이레네우스 주교가 성토한 그 복음서의 이집트판으로 추정된다. 이후 기독교는 영지주의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신학적 체계를 갖추게 된다. 따라서 유다복음은 위경(僞經.거짓 경전)에 해당된다.

    이미 1700여 년에 걸쳐 확립돼 온 기독교 신앙체계가 유다복음의 등장으로 흔들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다빈치코드'처럼 기독교의 근간을 의심하는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임은 분명하다. 사실 대부분의 불온한 상상은 이미 기독교 교리가 확립되는 과정에서 제기돼 온 문제들이다. 이번에 공개된 유다복음 역시 초기 기독교 역사를 탐구하고, 나아가 종교의 다원성을 이해하는 계기로 선용되길 바란다.

    오병상 문화데스크 obsang@joongang.co.kr

 

 

출처 : Moon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
글쓴이 : Mo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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