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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보물을 생각하며/ceo 가 되고픈 아들에게

이사람도 기억해 두거라,

'두바이 효과' 중동에 확산시킨 '시인', 올해도…


열사(熱砂)의 땅을 지상 낙원으로 변모시킨 사람은 ‘시인’이다. 시인은 가난한 어촌을 중동 최대의 무역항으로, 세계적 기업들이 몰려드는 금융·물류 중심지로, 전 세계 기업인과 공무원이 본받으러 오는 ‘산 교실’로 탈바꿈시켰지만, 아직 이룰 게 많다.

10년 이상 계속된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도,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는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는 오전 6시에 일어나 새벽 2시에 잠들 때까지 일에 몰두하는 초인적 일정을 소화하며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Sheikh 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이하 셰이크 모하메드)의 공식 웹사이트는 그를 ‘시인’으로 소개한다. 그는 어린 시절 사막에서 유목생활을 하며 아랍 전통시인 ‘나바티’를 지었고, 필명으로 신문에 발표한 시는 유명 시인의 인정을 받았다.
사막 위에 스키장을 만들고, 인공섬을 만들어 70㎞의 해안선을 1500㎞로 늘리고, 세계 최고·최대·최초의 건설 프로젝트를 잇달아 성공시킨 원동력이 바로 셰이크 모하메드의 시적 상상력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그는 철저한 실용주의에 입각해 기존의 관습과 틀을 과감히 깨부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역시 시를 통해 기른 자유분방한 사고방식 덕분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6년 12월 18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두바이는 UAE의 7개 토후국 중 하나) 최초로 국회의원 선거가 열렸을 때다. 셰이크 모하메드는 투표를 마친 직후 “나를 가장 기쁘게 한 것은 선거에 여성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여성이 없는 곳엔 영혼도 없다”고 선언했다. 서구 기준으로 볼 때 여성 차별과 억압이 일상적인 중동에서 지도자가 직접 여권(女權)을 옹호하는 광경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외국에 대한 그의 인식도 남다르다. 미국과 친한 것을 두고 반미주의자들이 비판하면 “최강대국과 정면으로 맞선 나라치고 잘 사는 나라 없다”고 맞받아치고, 식민 통치국이던 영국의 제도를 따르고 영국인 인재를 중용하는 것을 민족주의자들이 문제 삼으면 “나라 발전에 무슨 국적 타령이냐”고 나무란다.

사람들은 올해 또 한번 시인의 무한한 상상력과 파격에 사로잡힐 것이다. 가시적으로는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두바이가 완공되고, 세계 최대 인공섬 프로젝트인 팜 아일랜드의 두 번째 인공섬 건설이 마무리된다.

더 크고 의미심장한 변화는 두바이 밖에서 감지되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등 주변국은 물론이고 모로코, 이집트,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도 일제히 두바이식 개발방식을 베끼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는 ‘두바이효과’가 전 중동을 변화시킨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꿈에는 한계가 없다. 마음껏 꿈꿔라(Dreams have no limits. Go further)’. 두바이 곳곳에 나부끼는 이 표어 속에 시인이 그린 두바이와 중동의 미래가 담겨 있다.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