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끝나는 곳에 성당이 있었다.
성당인 줄도 모르고 문 앞을 기웃거리는데 약간 어두운 실내에 사람들이 가득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조용한 산골 마을에서 올리는 일요 미사였다.
열 시간이 걸리든 스무 시간이 걸리든 길이 있으면 계속 갈려고 했다.
하지만 추나통에 접어 들면서는 빵차로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 할 수 밖에 없었다.
저 바깥에서 차와롱이며 차위며 여러 지명을 듣고 들어왔기 때문에 더 깊은 곳이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추나통을 보면서 이제 돌아나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사를 보고 있는 중에 내가 뒤에서 돌아다니자 슬쩍슬쩍 고개를 표나지 않게 돌려 볼 뿐이다.
미사에도 그리 집중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그렇다고 낮 선 이방인에게 관심이 쏠려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생활의 일부일뿐...
미사는.
미사를 집전하신 분이시다. 연세가 지긋하신데도 상당히 고우시다.
카메라를 가져다대도 마냥 웃으신다.
더듬거리는 보통화로 천정 구멍 난 곳을 가리키며 수리를 해야한단다.
밖으로 살짝 나와서 보니 젊은 신도가 헌금을 받고 있는 중이다.
가장 큰 돈이 1원... 더 작은 돈도 보이고...
말 없이 그 돈의 백배도 더 되는 돈을 내밀었다.
이름을 묻는데 그냥 한국이라고만 적어달라고 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와있는 성당 앞에서 큰 소리로 외친다.
한국에서 온 친구가 헌금을 많이 했다고... 쑥스럽다.
불자라고 떠들고 다니는 나는 한국에서는 절에 가도 돈을 잘 놓지 않는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너무 잘 어울리는 십자가.
추나통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하루쯤 잤으면 좋았으련만... 뭐가 그리 급했던지 점심 때도 넘기기 전에 떠나오고 말았다.
이 여행 중에서 가장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마을 꼬마들과 이렇게 안녕을 하고 말았다.
벌써 그립다, 추나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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