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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뇌를알면공부가쉽다

뇌를 알면 공부가 쉽다

왕년에는 영어 좀 했다. 그런데 요즘은 아무리 단어를 외워도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맣게 잊어버리기 일쑤다. 기억력이 점점 나빠지는 걸까. 최근에는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들마저도 기억상실증에 시달리고 있다. 보다 못해 뇌를 연구하는 심리학자, 교육학자, 신경과학자들이 기억의 베일을 벗기는데 발벗고 나섰다. 그들이 안내하는 기억의 세계에 빠져보자.

‘내 짝은 나보다 훨씬 기억력이 좋은 가봐.’
‘어제 독서실에서 똑같이 공부했는데 왜 나만 시험을 망쳤지?’
‘새로 오신 교생 선생님 수업은 이상하게 더 재미있고 기억도 잘 되는걸.’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 해본 생각들이다. 영어, 수학, 음악, 체육 등 수업을 듣거나 시험을 볼 때마다 뇌에서는 다양한 기억체계들이 분주히 활동한다. 과연 뇌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길래 이렇게 느끼는 걸까. 공부하고 있는 뇌 안으로 들어가보자.
 
 
뇌 속 창고와 작업대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어 새로운 내용을 접하면 뇌 앞부분인 전두엽이 먼저 ‘작업기억’(단기기억) 모드가 된다. 작업기억은 새로운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비교해 불필요한 내용은 버리고 필요한 내용을 고른 다음 기존 지식 중 관련 있는 것에 연결한다.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 새로 받아들인 정보는 뇌의 다른 영역들로 옮겨가 장기기억이 된다. 처음 본 영어단어를 반복해서 봐야 기억하는 이유다.

장기기억이 기억을 저장하는 창고라면 작업기억은 기억을 만들어내는 작업대다. 즉 작업기억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기억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암기를 잘 하는 사람은 작업기억에서 정보를 비슷한 것끼리 몇 개의 단위로 묶어 외운다. 사람이 한번에 외울 수 있는 기억의 단위는 7개 내외로 알려져 있다. 전화번호가 7∼8자리인 것도 이 때문.

그러나 기억단위의 용량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기억단위의 용량이 클수록 기억할 수 있는 양이 많아지는 것이다. 바둑 숙련자는 바둑을 두던 과정을 복기해낼 수 있지만 초보자는 어림없다. 초보자에게는 바둑돌 하나가 한 개의 기억단위인데 반해 숙련자에게는 한번 둔 판 전체가 기억단위이기 때문이다. 여러 단어를 외울 때 한두개의 문장으로 만들면 더 쉽게 외우는 것도 기억단위 용량이 단어에서 문장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책에서 새로운 내용을 읽으면 전두엽이 바빠진다. 기존 지식과 연결하는 작업기억이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의 양도 기억력에 영향을 미친다. 뇌는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관련 있는 기존 지식과 묶어 좀더 큰 기억단위를 만든다. 기존 지식과 연결되지 못하면 고립된 채로 작은 기억단위가 되거나 잊혀지기 쉽다. 결국 많이 아는 사람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데 유리하다. 기억은 ‘부익부 빈익빈 ’인 셈.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전북대 재활의학과 김연희 교수팀이 우리말로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를 fMRI로 찍은 모습. 이는 지난 2001년 ‘국제인간뇌지도학회’에서 발표됐다.
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곳은 매우 세분돼 있다. 예를 들어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수학문제 풀이 같은 절차기억은 신피질, 규칙과 동작을 몸으로 익히는 운동 같은 기술기억은 선조체나 소뇌, 역사적 사건 암기 같은 서술기억은 해마나 측두엽에 주로 저장된다. 과목별 수업시간마다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조금씩 다르다는 얘기다.

같은 과목이라도 어떤 내용을 배우느냐에 따라 관여하는 뇌 영역이 다르다. 어학을 예로 들어보자. 대화할 때 우리는 상대방이 호의적인지 아닌지, 내 의견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직접 듣지 않고도 짐작할 수 있다. 이 같은 말의 뉘앙스나 문맥을 파악하는 것은 주로 우뇌의 역할이다. 반면 문법, 시제, 철자를 배울 때는 좌뇌가 주로 관여한다. 특히 브로카 영역, 베르니케 영역이 활발히 활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뇌와 언어학습의 관계를 연구하는 고려대 심리학과 남기춘 교수는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는 주로 우뇌가 활발히 활동하다가 자라면서 좌뇌가 점점 많이 관여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처음에는 전체적인 의미만 짐작한 채 무작정 따라하다가 차츰 문법이나 어휘를 알게 되는데, 바로 이때가 우뇌에서 좌뇌로 넘어가는 시기란 것. 이 시기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언어를 습득하는 시기에 차이가 난다.


뇌에 한번 기억된 정보가 사라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초등학교 때 짝꿍의 이름을 말해보라고 했을 때 기억이 날듯 말듯 했는데, 다른 일을 하던 중 ‘불현듯’ 떠오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학창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평소에는 잘 기억나지 않다가도 동창을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면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미 저장된 기억이 뇌 안에 남아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기억이 아무리 많아도 저장돼 있는 뇌 영역으로 찾아들어가 꺼내는, 즉 기억을 ‘인출’하는 과정이 잘못되면 소용이 없다. 상황에 알맞은 정확한 기억을 인출하는 역할은 주로 전두엽이 맡고 있다.

문장 속에 있으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영어단어를 막상 말하라고 하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뇌에 단어를 저장하는 과정과 꺼내는 과정이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언어의 경우 뇌의 측두엽과 두정엽에 저장돼 있고 이를 전두엽이 인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상황에 맞는 단어를 정확히 얘기하지 못하는 실어증 환자는 기억을 인출하는 전두엽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손목이 아프다”라고 말하지 못하고 “여기가 아프다”라고 말한다. 손목이라는 단어를 인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억은 뇌 안에서 관계있는 것끼리 복잡하게 연결돼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이 네트워크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도 기억을 인출하는데 문제가 생긴다. 분명히 저 사람 얼굴은 본 적이 있는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거나, 이름은 생각나는데 얼굴이 가물가물한 경우가 바로 이런 상황. 얼굴과 이름 정보가 헐겁게 연결돼 있어 뇌가 둘을 함께 인출해내지 못한 것이다.
 
 
숙제를 해야 하는 이유

수업을 듣거나 시험공부를 할 때 뇌는 기억을 만들어 저장하고 인출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따라서 기억에 관여하는 뇌 영역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한 학습전략이 될 수 있다. 어떤 학생은 교과서의 모든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내용을 전부 기억하려고 애쓴다. 책은 금방 너덜너덜해지고 머리도 지끈지끈 아프다. 반면 어떤 학생은 꼭 필요한 부분만 골라 밑줄을 그어놓고 그 내용을 기억하는데 집중한다. 뇌를 더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다. 고려대 교육학과 김성일 교수는 “교사는 학생들이 뇌의 수고를 덜어주는 학습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에서 뇌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요소가 바로 평가방식이다.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학습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시행 중인 수행평가는 학생이나 교사에게 모두 번거로울지 모르지만 뇌에는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림도 그리고, 수필도 쓰고, 발표도 하고, 시험도 봐야 하죠. 이렇게 다양한 평가에 대비하면서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는 뇌의 각 부분이 고르게 발달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공부할 때 뇌는 기억을 저장하고 꺼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따라서 뇌의 수고를 덜어주는 효율적인 학습전략이 필요하다.


뇌에 저장돼 있는 기억은 가만히 있지 않고 꿈틀꿈틀 움직인다. 즉 기억 네트워크가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것. 이렇게 해서 뇌는 받아들인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낸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것,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덕분이다.
그런데 기억 네트워크가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재구성되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살인현장을 목격했다고 하자. 그는 살인자가 사용한 무기만 봤고 살인자의 얼굴을 목격하진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백인과 흑인 용의자 중 분명히 흑인이 살인을 저지른 것을 봤다고 증언한다. 책이나 영화에서 범죄자로 나온 흑인에 대한 기억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잘못 재구성해낸 것이다. 이를 ‘오기억’이라고 한다. 기대, 고정관념, 편견 등이 바로 오기억의 산물이다.

교사가 새로운 지식을 가르친 다음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숙제를 내주면 학생은 기억한 내용을 재구성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온다. 오기억을 만들었다면 교사는 학생이 기억을 재구성한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려줘야 한다. 숙제와 검사가 모두 뇌 발달에 필요한 것이다.
 
 
좋아하는 선생님 과목 잘하는 까닭

과학자들은 기억이 기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뇌에서 정서를 조절하는 곳은 편도체. 공교롭게도 편도체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바로 앞에 붙어있고 해마와 수많은 신경으로 연결돼 있다. 둘 사이에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두려움을 느끼면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뇌에서 부정적인 정서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분비돼 해마의 기억 기능을 방해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쥐에게 미로찾기 학습을 시킬 때 보통 쥐는 장소기억이 저장돼 있는 해마가 활성화되는 반면, 스트레스를 받은 쥐는 습관적 기억이 저장돼 있는 선조체가 활성화된다. 같은 상황에서도 스트레스에 따라 다른 기억체계를 활용한 것이다. 결국 정서는 인성뿐만 아니라 학습과 기억능력 발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좋아하는 선생님의 수업은 귀에 쏙쏙 들어와 오래 기억되고 싫어하는 선생님의 수업은 뒤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공포 기억을 연구하는 고려대 심리학과 최준식 교수는 “두려움은 강한 정서적 자극”이라며 “야단치거나 체벌을 가하는 것처럼 두려움을 일으키는 교사의 행동이 학생의 뇌가 작동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선생님이 갑자기 질문을 하거나 야단을 치면 당황하거나 두려움을 느껴 아는 내용도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래서 고려대 김성일 교수는 ‘신나고 재미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놀 땐 신나게 놀고 공부할 땐 겁나게 공부하자는 건 틀린 얘깁니다. 재미와 공부가 멀어질수록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는 덜 발달하기 때문이죠. 공부는 호기심을 유발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지적인 놀이’가 돼야 합니다.”
교과서를 만들 때도 교사뿐만 아니라 뇌과학자, 심리학자, 교육학자, 시나리오작가 등 학습과 기억에 관계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뇌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학습생물학’을 제안한 독일의 생화학자 프레데리크 페스터는 “뇌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법칙들을 거스르는 교육은 헛되다”고까지 주장한다. 이번 기말고사 때는 뇌의 기억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학습전략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
 
 
영어 조기교육 발음에는 효과 있다


성적표를 유심히 살펴보는 학생.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는 뇌 발달에 학교의 평가방식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고려대 남기춘 교수팀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들을 때 뇌의 어느 영역이 활성화되는지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찍어봤다. 그 결과 영어를 국어처럼 잘 알아듣는 학생은 측두엽 근처가 집중적으로 활성화됐다. 반면 영어를 알아듣기는 하지만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학생은 넓은 영역이 약하게 활성화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영어가 국어처럼 익숙한 학생을 제외한 대부분은 영어를 들을 때 뇌 뒤통수 부분이 활성화됐다는 사실이다. 이곳은 뇌로 들어가는 모든 지식이 거치는 영역이다.
“영어를 들을 때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 어떻게든 관련시켜 이해하려고 하는 거죠. 뇌가 영어를 ‘통밥’으로 알아들으려고 한다는 얘깁니다.”
이에 반해 국어를 들을 때는 우뇌의 앞이마쪽이 많이 활성화됐다. 이곳은 언어를 선별하는 영역. 예를 들어 ‘뱅크’(bank)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뇌에서는 은행과 강둑이라는 의미가 동시에 나오는데, 문맥 속에서 둘 중 맞는 의미를 선택하는 역할을 한다. 영어를 우리말처럼 하는 학생은 영어를 들을 때도 이 영역이 활성화됐다고.


외국어 배우기 어려운 이유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운 게 바로 모국어의 방해효과다. 남 교수팀은 f와 p가 앞쪽에 들어간 영어단어를 녹음한 다음 임의로 단어 뒷부분을 잘라 들려주고 피험자들이 두 발음을 구분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희한하게도 자르는 부분을 조금씩 뒤로 옮겨 점점 완전한 단어의 발음을 들려줄수록 두 발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단어의 발음을 인지하려면 뇌에 기억돼 있는 모국어의 소리체계로 분류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말에는 f 발음이 없으니 가장 가까운 p와 연결해버리는 거죠.”

영어와 비슷한 언어를 쓰는 나라 사람이 영어를 우리보다 쉽게 배우는 이유도 이 같은 방해효과를 덜 받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모국어 체계가 잡히기 전에 영어를 배우면 나이 들어서 배우는 것보다 쉽다. 그럼 영어를 잘 하려면 조기교육이 꼭 필요한 걸까. 이에 대해 서울대 의대 신경과 이경민 교수는 “발음에 한해서는 조기교육이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발음은 언어의 음운체계와 관련이 있다. 뇌에 음운체계가 형성되는 것은 생후 6개월부터 2년 정도. 이때 한국어를 배운 사람은 사춘기가 되면 음운체계가 한국어로 굳어진다. 따라서 그 전에 한국어보다 영어를 먼저 배우면 미국인처럼 발음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이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발음이 유창하지 못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문법이나 어휘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음운체계가 형성되기 시작한 이후다. 아기가 말을 배울 때 스스로 문장을 만들기까지 수년은 걸린다. 이 교수는 “문법이나 어휘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형성되기 전에 과도한 교육을 시키면 오히려 뇌에 스트레스만 주는 결과밖에 안된다”고 충고한다. 성급한 조기교육보다 자녀의 뇌 발달을 이해하는 게 먼저다.
출처 : ♡스위스쮜리히대학원♡
글쓴이 : 블론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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