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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주시는 하나님/빌려온 것 들

[스크랩] 주변사람 괴롭히는 인격장애

[중앙일보 황세희] 아무리 깊은 사랑으로 환자와 함께 고통을 나눈들 질병에 시달리는 환자의 괴로움에 비하랴.

그런데 병 중에는 주변 사람 ‘모두’에게 ‘지속적인’ 고통을 주면서도 정작 환자 자신은 힘들지도 불편해 하지도 않는 병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격장애(Personality Disorder)다.

매력적인 A양과 사랑에 빠진 K씨의 사연을 보자.

웃기도, 울기도 잘하는 A양. 활기차고 유머 감각도 있어 매력적이다. 유능한 청년 K씨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고 마침내 연인이 됐다. 그 뒤 반 년이 지난 지금 K씨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 하지만 피곤하다.

왜 그녀는 매사를 과장하고, 극적인 표현을 할까. 애인인 자신이 옆에 있을 때조차 늘 남의 관심을 끄는 제스처를 취할까. 남들이 힐끗거릴 정도의 도발적인 의상도 불만이다.

 

K씨가 이런 느낌을 지적할라치면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몹시 분개하면서 문제를 부정한다. 하지만 다음날 만났을 땐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즐거워한다.

A양은 ‘히스테리성 인격장애’ 증상을 잘 보여 준다. 감정 표현은 극적이고 과장돼 있어 얼핏 보면 감정이 풍부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감정은 피상적이며 쉽게 돌변한다. 남의 관심 끌 일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칭찬을 갈망하다가도 찬사가 미흡하다 싶으면 곧바로 비난이 시작된다.

흔히 ‘성격이 이상하다’ ’괴팍하다’는 평가를 받아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다. 인격장애의 종류는 다양하다. 죄의식 없이 사기·절도·폭행을 쉽게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공주병·왕자병에 해당하는 ‘자기애적 인격장애’, 변덕 심하고 충동성이 강한 ‘경계성 인격장애’도 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신 매사를 남의 탓, 사회 탓, 환경 탓으로 돌리며 사람들을 변화시키려 든다.

병원에도 가족의 손에 이끌려 마지 못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치료가 지속되는 일도 흔치 않다. 또 치료를 하더라도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문제의 인격을 고치는 일이 쉽지 않다.

 

정신의학적으로 주변 사람이 견딜 만할 정도의 치료 효과를 보려면 2년 이상의 집중적이고도 지속적인 상담과 인지(認知)행동치료가 필요하다. 충동과 기분을 조절하는 약물치료도 단기간 병행된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인격장애 치료를 난치성 정신질환으로 알려진 정신분열증보다 더 힘들다고 설명한다.

인격장애 환자로 인해 가장 괴로운 사람은 가족과 이웃이다. 우선 환자가 초래한 문제를 ‘괜찮다’고 감싸거나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지 말아야 한다. 대신 가족이 나서서 하루빨리 환자 치료에 동참하자. 그래야 환자에게 시달리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인격장애의 갖가지 유형은 사회 지도층 인사나 직장 동료, 선·후배 중에도 있다. 당연히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은 괴롭기 마련이다. 선현들이 지도자의 인격을 정당·파벌·능력에 앞서는 최고의 덕목으로 꼽은 지혜를 곰곰이 새겨 봐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출처 : 블루시티의 작은 공간...
글쓴이 : 블루시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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