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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주시는 하나님/빌려온 것 들

한국 기독교의고민 (신문기사 펌)

서구 역사의 주류 종교였던 기존 기독교가 이제는 퇴화기에 들어섰으며,

다가올 미래에서 이런 낡은 패러다임의 기존 기독교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신자화’와 ‘복음화’는 마땅히 구별되어야 한다.

오늘날 기독교의 선교 지역은 저 먼 나라의 오지가 아니라 놀랍게도

(복음화가 아닌 신자화만 추구하는) 바로 기독교 자신이다.”

지난해 한국 기독교 사상 최초로 신자수 감소가 확인된 것에 이어

최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억류된 분당 샘물교회 신도 인질사태를 계기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기존의 주류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 봇물을 이루면서

새로운 기독교 또는 대안 기독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플라톤에서 비롯된 ‘관념적 이원론’에 해석학적 토대를 둔 기존의 서구발 기독교와는 달리

 ‘현실적 관계론’이라는 패러다임에 기초한, 새로운 기독교에 대한 논의다.

 특히 ‘기독교사상’ 8월호는 ‘신학의 미래, 교회의 미래’란 제목의

창간 50주년 기념 특집에서 ‘미래에서 온 기독교와 한국교회의 미래’란 글을 싣고,

 대안 기독교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정강길 세계와기독교변혁연대 연구실장이 기고한 이 논문에 따르면

새로운 기독교는 ‘무조건 믿어라 기독교’에서 ‘깨달음의 기독교’를 지향하는 것이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주류 기독교가 성서 무오설에 기반해 취해왔던

 ‘문자적 성서해석’이 합리성에 기반한 ‘사건적 성서해석’으로 가야 하며,

니케아 공의회 이후 교리에 묶여 있는 ‘교리적 예수’도 다양한 사회의 맥락에서

예수를 파악하는 ‘역사적 예수’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웃종교에 배타적인 기독교가 이웃종교와 함께 가는 기독교로,

예수를 숭배하는 예배가 예수를 닮으려는 예배로,

수직적 구조의 교회가 수평적 구조의 교회로,

 죄의식의 종교가 이웃과 함께 성찰하는 종교로,

영혼 구원의 기독교가 총체적인 생명 구원의 기독교로 나아가는 것도

새로운 기독교가 지향하는 핵심 내용 중 일부다.

이와 함께 전투적이고 배타적으로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며 천당을 강조하는

기독교를 ‘지금 여기부터의 하나님 나라 기독교’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이것도 한국의 기독교 현실에서 도출해낸 시급한 명제일 뿐,

보다 중요한 원칙으로 ‘오류와 비극 앞에서는 언제나 겸허한 기독교’,

‘솔직하고 건강한 합리성에 기반하려는 기독교’를 내세운다.

용어는 다르지만, 대안 기독교에 대한 논의는 역사가 깊다.

1950년대 초, 기독교장로회가 ‘성서무오설’을 두고 대립하며 무오설을 옹호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와 이에 반대하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로 분리된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최근 기독교계의 대안에 대한 논의가 힘을 얻는 것은

국내 기독교계의 주류를 이루는 보수 기독교 쪽에서도

그간의 기독교에 대한 성찰과 회개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과도 관계가 깊다.

하지만 정 실장은 ‘국내 주류 기독교계는 에큐메니컬(교회 일치·연합)의 대상이 아닌,

 선교의 대상’이라며 이들의 노력을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잘못된 신비와 영성, 기적체험을 강조하는 기독교나 교회를 세습하고 교인수,

교권에만 탐닉하는 주류 기독교의 얄팍한 성찰은 외려 사람들을 미혹하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성공회대 양권석 교수도 “최근 한국 교회가 자신의 정체성과 권위에 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심층적인 변화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한국 교회가 이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와 화해의 길을 추구하기보다는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묘책을 찾는 모습도 없지 않은 것은 우려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