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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위해 온것들/세상의 다른일들

인도의 데바나시

데바다시>

인도 남부의 카르나타카州에 위치한 작은 마을 만비. 그곳에서 ‘神의 하인’을 다른 달리트 여성들과 구별할 수 있는 표지(標識)는 목걸이다. ‘神의 하인’은 금·은메달이 달린 붉은 구슬 목걸이를 하고 있다. 그 목걸이는 ‘데바다시’(힌두교 여신이나 신전에 ‘제물’로 바쳐진 달리트 여성)의 상징이다. 사춘기 전에 神과 결혼한 데바다시는 첫 월경 후 상층계급 남성들의 섹스 노예가 된다. 어떤 마을에서는 그들을 구입한 남자들의 소실이 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남자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공 섹스 노리개가 된다. 카르나타카州에서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수녀 브리짓 페일리는 “섹스에 있어서만 불가촉 천민이 갑자기 ‘가촉민’이 된다. 상층계급은 그들과 같은 물잔으로 물을 마시지는 않지만 그들의 몸은 사용한다”고 말했다.

옐라마의 경우 아홉 살 때 한 상층계급 남자에게 4달러에 팔렸다. 그 남자는 옐라마에게 사리와 블라우스를 한벌 주었고 헌납 예식에서 술값을 지불했다. 그후 옐라마는 섹스를 무료 제공하는 첩이 됐다. 그녀는 생계를 위해 건설 현장에서 돌을 깨고 돈을 구걸했다. “약 50세”라고 나이를 밝히는 옐라마는 “그 생각을 할 때마다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그래도 목걸이를 떼어낼 수 없었다. 그녀는 “목걸이는 한번 목에 걸리면 영원한 굴레”라고 말했다.

인도는 가장 잔혹한 전통 가운데 하나인 데바다시 관습을 아직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남부 인도에서는 마을 성직자들이 수천 년 동안 데바다시 관습을 집행해왔다. 영국은 식민통치 시절 그 전통을 불법화하려 했고 인도 정부도 금지해왔다. 그러나 인권운동가들에 따르면 지금도 인도의 시골에서는 매년 1만5천 명의 소녀들이 神에게 바쳐지고 있다. 페일리 수녀는 “누군가를 바치지 않으면 여신이 화를 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교적 의무는 종종 매춘으로 이어진다. 많은 달리트 여성들은 뭄바이의 사창가에서 돈을 벌기 위해 마을을 떠난다.

그러나 사회활동과 교육으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굿셰퍼드 수녀회는 지난 20년 동안 데바다시 관행을 없애기 위해 투쟁해왔다. 어린 소녀들은 과거 거의 알몸으로 헌납되곤 했지만 페일리의 노력으로 이젠 옷을 입은 채 헌납의식을 치른다. 그러나 가난에 찌든 대다수 달리트 사람들에게는 데바다시가 되는 것이 하나의 생계방편이다.

탈레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에 의해 헌납됐다. 헌납식에서는 데바다시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는 그녀는 “남자가 내게 왔을 때야 나는 왜 어머니가 내게 이런 일을 했는지 원망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마리아마는 딸을 헌납하는 것이 노년에 접어든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안전 장치라고 말했다. “이제 내가 죽어갈 때 내게 물이라도 한모금 줄 사람이 있다.”

최근 몇몇 데바다시 여성들은 인도의 국영 라디오 방송에서 그런 관습을 비난했다. 인도 정부도 그 전통을 철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 결과 헌납식은 이제 비밀리에 행해진다. 만비의 힌두교 신전 밖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데바다시 여성인 나르자마는 “나라면 딸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 난 내 자식들이 교육받기를 원하며 그 뒤 결혼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만비에서는 나르자마 같은 여성이 마지막 데바다시 세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