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ansoon 2008. 4. 24. 19:55
황혼
시인 정성수


이제 늙었다고 생각되는 날에는

아름다운 늙은이가 되리.


미운소리,

징징 짜는 소리,

헐뜯는 소리
소리 소리로 설치지 않으리.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 적당히 아는 척
조심조심 땅을 밟으리.


꼭 이기려고 하지 않으리.

조금씩 양보하리.


죽으면 가져갈 수도 없는 돈 남겨

자식들 싸우지 않게 하리.

 

그렇다고 함부로버리지 않으리.


친구를 만나면 술도 한 잔 사리.


불쌍한 사람 만나면 내 몸 돌보듯 베풀리.


더 이상 갈 길이 없다고 생각되는 날.

 

지는 해를 생각하리.


날마다 샤워하고 속옷을 갈아입으리.


잠이 오면 편안한 마음으로 누우리.

 

그리하여 머물었던 자리마다 꽃이 피리.